사용자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송영중 상임부회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한달 가까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사무국을 중심으로 “송 부회장이 경총의 명예와 신뢰를 떨어뜨렸다”며 사퇴 압력을 가하고 있는 반면, 송 부회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장 크게 논란이 되는 사안은 지난 5월 국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 논의 때 송 부회장이 보인 태도다. 송 부회장은 당시 국회 논의를 중단하고 산입범위 조정과 최저임금 수준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양대 노총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를 두고 보수언론이 “경총이 노동계의 2중대냐”며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송 부회장이 국회 논의 중단을 요구한 것은 노동계와 그 이유가 다르다. 여야의 잠정 합의안대로 개정하면 회원사인 기업에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게 송 부회장의 주장이었다. 예를 들어 노조가 있는 기업은 단체협약을 개정하려면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산입범위 확대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논리였다. 경총 회원사인 기업의 이익을 대변한 것이다. 그는 또 노사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경총 회장단의 일원인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산입범위 조정 문제를 최저임금위원회로 돌려보내자고 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며 “그 이유가 노동계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노동계의 편을 들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이번 사태가 지난 4월 취임 이후 경총의 운영 방식을 사무국에서 회원사 중심으로 바꾸려는 송 부회장과 사무국 간의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특히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혐의’에 연루된 임직원의 변호사 비용을 지급해달라는 사무국의 요구를 송 부회장이 “정당한 활동인지 알 수 없다”며 거부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고 한다. 검찰은 4월26일 경총이 삼성과 연계한 정황을 포착하고 경총 회관을 압수수색했다.
사무국은 15일 회장단 회의를 앞두고 송 부회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입장문을 이틀 연속 발표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정작 회장단 회의에선 “금번 사태 수습을 위해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는 두루뭉술한 입장을 내놨다.
최저임금 인상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의 한 축인 경총이 내부 갈등 때문에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회장단이 적극적으로 나서 하루빨리 조직을 안정시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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