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거주의 공간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집은 투기의 대상으로 변질됐다. 서민들은 안 쓰고 안 먹고 돈을 모아도 내 집 마련은커녕 전월세 가격 따라가기도 버거운데, 일부에선 돈을 벌려고 아파트를 사재기한다. 다주택 보유는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키고 부의 불평등을 키운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위가 22일 발표한 ‘보유세 개편안’에 대해 보수언론들이 ‘종부세 폭탄’ ‘징벌적 종부세’ 등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든지, 세금 폭탄을 맞든지 택일하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장된 주장이다. 재정개혁특위가 내놓은 4가지 개편안 중 가장 강력한 안을 적용해도 시가 30억원 상당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462만원에서 636만원으로 늘어난다. 증가율이 38%라고 하지만 증가액으로 따지면 174만원이다. 시가 대비 세금 부담률이 0.21%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33%에 훨씬 못 미친다. 이를 두고 ‘종부세 폭탄’ 운운하는 것은 조세 저항을 부추겨 보유세 개편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
보수언론들은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보유세 강화가 아니라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투기 수요를 거둬내지 않고 공급만 확대하는 것은 투기세력에게 좋은 먹잇감만 던져주는 꼴이 된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비율인 ‘자가 보유율’이 2006년 61.0%에서 2017년 61.1%로 변동이 거의 없다. 반면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2013년 이후 연평균 5%씩 늘어나 2016년 전체 주택 보유자의 14.9%에 이른다. 서울 강남구는 21.3%로 20%가 넘는다. 다주택자들은 전체 주택의 31.5%를 가지고 있다. 주택 공급이 늘어나도 집값이 오르고 주거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다.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가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내 집 마련의 부담 때문에 중산층조차 소비를 할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이 소비를 늘리고 내수를 활성화하는 길이다.
다주택 보유를 막으려면 집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세금 부담만 커진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야 한다. 보유세 강화는 투기를 차단하고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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