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자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공약으로 영남권 신공항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6·13 지방선거에서 이를 공약했던 오 당선자가 취임을 앞두고 주요 과제로 추진할 뜻을 분명히 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 문제는 2016년 정부와 영남권 5개 광역단체가 ‘김해신공항 건설’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던 사안이다. 이제 와서 재론할 경우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의 대립을 불러오고 정부 정책의 안정성도 크게 해치는 만큼,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는 게 옳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울산에서 지방선거 이후 첫 민생탐방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오거돈(부산), 송철호(울산), 김경수(경남)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은 ‘동남권(부·울·경) 상생 협약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동남권 관문공항에 걸맞은 신공항 건설을 위해 부·울·경 공동의 티에프(TF)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의에선 공항 입지 등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고 하지만, 결국 세 단체장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문제를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년 전 합의는 김해공항을 5조9천억원을 들여 확장하고 대구통합공항을 짓는 것으로 결론 난 바 있다. 하지만 오거돈 당선자는 최근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공약은 선거용이 아니다. 부산 백년대계를 위해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자도 김해공항이 군사공항인 탓에 확장에 한계가 있어 관문공항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자가 즉각 반발하는 등 대구·경북 지역 분위기도 심상치 않은 쪽으로 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항공 수요에 대비해 동남권 관문공항을 건설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세 당선자가 대통령 공약까지 언급하며 신공항 문제를 꺼낸 건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티에프를 구성해 논의하면서, 여론 흐름에 따라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다시 밀어붙일 수도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단체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2년 전 합의를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다고 마구 밀어붙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2년 전 합의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이를 백지화하면 더 큰 분란에 휩싸일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정부·여당과 세 광역단체장은 이 문제에 신중히 접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