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서로 손을 잡고 위로 들어 보이고 있다. 2018.4.27
우리 군이 매해 서북 엔엘엘(NLL) 인근 섬에서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실사격 훈련의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K-9 자주포 등을 동원한 서북 도서 실사격 훈련은 북한이 매번 예민한 반응을 보여온, 남북 군사충돌 위험 요소 중 하나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 이 훈련이 빌미가 돼 일어난 일이다. 한·미가 프리덤가디언훈련과 해병대연합훈련을 중단한 데 이어 한국군도 독자훈련 중단으로 나아간다면, 한반도 대화 분위기를 확대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 분명하다. 남·북·미 3국이 서로 협력해 이런 흐름을 키워 나갈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25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6·25 기념식에서 ‘북한의 장사정포 후방 이전이 논의되고 있다’고 언급한 대목은 주목할 만한다. 총리실은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남북 간에 이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한발 물러났다. 앞서 지난 14일 제8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도 장사정포 이전 논의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국방부는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총리실 해명으로 우리 정부가 장사정포 후방 이전 문제를 북쪽에 의제로 제시할 뜻이 있음이 분명해졌다고 할 수 있다.
군사분계선 최전방에 집중 배치된 북한의 장사정포는 핵무기 다음으로 위협적인 핵심 재래식무기로 꼽힌다. 군사분계선 인근에 1000문 정도가 배치돼 있고 이 중 330여문이 수도권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포들이 후방으로 옮겨지면 휴전선 일대의 군사적 긴장이 확연히 풀리리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기로 한 마당에 장사정포까지 뒤로 물리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옮기도록 하려면, 남한도 역지사지의 정신을 발휘해 북한의 안보 우려를 줄이는 상응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
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이 선언을 실천하기 위해 남북은 군사분계선 일대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고 남북 군사회담도 열었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비핵화 과정과는 별개로, 북한이 장사정포 후방 이전을 단행한다면 한반도 평화 진전에 큰 발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결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