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릴 예정이었던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가 당일 전격 연기됐다. 이 회의는 지난 1월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결정된 규제개혁 방안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민 눈높이에 맞춰 더 보강할 필요가 있다”며 연기를 건의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고 한다.
관련 부처 장관들뿐 아니라 기업인들까지 참석하기로 한 회의가 시작을 불과 몇시간 앞두고 취소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관련 부처들이 준비한 내용이 그만큼 미흡했고 이에 문 대통령이 ‘회의 연기’를 통해 경제부처를 비롯한 내각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 총리의 건의를 받고 “답답하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의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 보고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은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규제혁신은 구호에 불과하다”며 “우선 허용하고 사후에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추진하는 것에도 더욱 속도를 내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혁신성장의 핵심 수단인 규제개혁이 지지부진한 데 대해 여러 차례 질타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우리 정부 1년이 지나도록 혁신성장에선 아직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며 “규제 혁파에 더욱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규제개혁의 가시적 성과는 나오지 않았고 기업 현장에서도 “체감하기 힘들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양대 축이다. 두 가지는 서로 연계해 풀어야 할 과제이지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다. 일자리 창출과 직결된 혁신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득주도성장이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혁신성장이 속도를 내려면 밑거름이 되는 규제개혁이 불가피하다. 기득권을 일방적으로 보호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가로막는 규제는 과감히 개혁하는 게 마땅하다. 문 대통령이 “더 보강할 필요가 있다”는 이 총리의 회의 연기 건의를 받아들인 것도 이런 취지일 것이다.
속도감 있는 규제개혁 이상으로 중요한 게 규제의 옥석을 가리는 일이다. 이전 정부들에서 경험했듯이 무분별한 규제완화는 돌이키기 힘든 폐해를 낳을 수 있다.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거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환경 파괴를 초래하거나,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부르는 규제완화는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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