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 왼쪽부터 첫째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셋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조 회장, 둘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그래픽 / 장은영
국토교통부가 29일 미국 국적인 조현민(조 에밀리 리)씨를 등기임원으로 올린 진에어에 대해 면허 취소 여부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다가 이를 미뤘다. 현행법은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이 국적 항공사의 등기임원이 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돼 있다. 국토부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둘째딸인 조현민씨(전 진에어 부사장)의 임원 등기를 방치한 공무원 3명은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국토부는 연기 사유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의견 청취 필요성을 들었다. 그러나 사실관계가 명확하고 선택은 면허 취소냐 아니냐 두가지뿐이어서 결정 연기는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조현민씨가 2016년 임원을 그만둔 상황에서 면허를 취소하면 진에어 직원 1900명이 실직하는 등 후폭풍이 크고, 그렇다고 취소를 하지 않으면 ‘봐주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진에어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조양호 회장 일가의 불법·비리 혐의 탓에 아무 잘못도 없는 직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애초 발단이 된 ‘갑질’은 이제 부차적인 문제가 됐다. 밀수, 상속세 탈세, 일감 몰아주기 등 중범죄 혐의에 대해 검찰, 경찰,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방위 조사를 벌이고 있다. 29일엔 조 회장이 한진그룹 계열인 인하대병원 주변에 약사와 함께 약국을 열어 수십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기업 가치가 총수 일가의 잘못 때문에 추락하고 있다. 전형적인 ‘오너 리스크’다. 조 회장 일가는 이미 직원들의 신뢰를 잃었고 국민 비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더 이상 기업을 정상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업이 더 망가지기 전에, 직원들이 더 고통받기 전에 조 회장 일가가 물러나고 독립된 전문경영인에게 경영 쇄신을 맡기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
▶ 관련 기사 : ‘진퇴양난’ 국토부, 진에어 ‘면허 취소’ 결정 미뤄▶ 관련 기사 : 조양호 회장, ‘사무장 약국’ 운영하며 수십억원 부당이득 정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