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새 대법관 후보 3명이 제청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오는 8월2일 물러나는 고영한 대법관 등 3명의 후임으로 김선수 변호사 등 3명을 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앞으로 국회 청문회 등 임명동의 과정을 거쳐 대법관에 임명된다. 대법원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 기대를 각별히 염두에 두고, 사회정의 실현과 국민기본권 보장에 대한 의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인식 등을 고려해 선별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청은 대법원이 밝힌 대로 생각과 가치관의 다양성을 요구해온 국민 여론에 부응하려 애쓴 흔적이 엿보여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번에 제청된 3명의 후보는 모두 이른바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법관) 일변도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우선 외형상 다양성을 충족시키고 있다. 김 변호사는 법관 경력이 없는 순수 변호사 출신이고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은 이화여대 출신의 여성법관, 이동원 제주법원장은 고려대 법대 출신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법관들의 가치관의 다양성이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의 보수 일변도 구성을 탈피하려면 좀더 파격적인 인선이 바람직했으나 그나마 최소한의 다양성은 지켜진 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출신의 김 변호사가 진보 성향이라면 노 관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비교적 중도 성향이고, 이 법원장은 중도보수에 가까운 편이라고 한다. 양승태 대법원에서 보수 편향의 구성으로 반노동·친기업 일변도의 판례가 나왔다는 비판을 고려하면 일단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김 변호사는 순수 변호사 출신으로는 처음 대법관에 제청됐다. 제27회 사법시험에 수석합격한 뒤 법원이나 검찰로 가지 않고 재야 법조계에 투신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후 노동자 등 약자를 위한 변론에 매진해 30년 외길을 걸어왔다. 법조계에서 ‘제2의 조영래’로 불리며 대법원 다양화 요구가 커질 때마다 여러차례 상징적인 후보로 꼽혔다. 노동법 전문가로서뿐 아니라 진보적 변호사단체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대법원이 소수자·약자 편으로 한발 더 다가서는 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은 1990년 판사로 임용됐다가 중간에 5년여 변호사로 일한 이력을 갖고 있다. 법원 내 젠더법연구회장으로 여성의 지위와 권한에 관해 주목할 판결을 여럿 남겼다. 이동원 법원장은 1991년 판사로 임용된 뒤 한번도 법원행정처에 근무하지 않고 재판 업무만 계속해왔다. 김 대법원장의 ‘재판 중심’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바닥까지 추락한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는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국회 임명동의 과정에서 후보 자격 검증은 필수지만 정략적 발목잡기로 다시 사법불신을 조장하는 일은 없기 바란다.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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