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5~7일 북한을 방문한다고 미국 정부가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23일 만에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예상보다 후속회담 개최가 늘어진 감이 있다. 북-미가 협상을 준비하는 데 그만큼 시간이 필요했다는 방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도 면담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면담에서 북한 비핵화와 대북 체제보장의 로드맵 작성과 관련해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폼페이오 방북 발표에 앞서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북한 핵·미사일 1년 안 해체’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는데, ‘1년’이라는 시간을 제시한 것이 눈길을 끈다. 미국이 나름의 비핵화 시간표를 만들었음을 시사한다. 북한이 여기에 어느 정도 호응할지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비핵화 시간이 빠를수록 북-미 관계 정상화 속도도 빨라지고 남북관계 발전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은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북한이 원하는 것이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동시 이행인 만큼, 미국은 비핵화 시간표에 상응하는 체제보장 시간표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폼페이오 방북을 앞두고 미국 언론에서는 ‘김정은이 비핵화에 의지가 없으며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말을 인용하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보도는 대부분 추측성이거나 과장이 섞여 있어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다. 하지만 ‘북-미 협상 회의론’을 부추기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북-미는 미국 내부의 이런 회의론을 씻어내는 분명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 만약 협상이 의미 없이 끝난다면 대북 불신은 더 커질 것이고 트럼프 행정부도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미 양국은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북-미 2차 정상회담이 9월 하순 유엔 총회에 맞춰 뉴욕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인터넷매체 <액시오스>의 보도가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이미 초청했기 때문에, 북-미 정상이 언제든 만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만약 뉴욕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김 위원장의 유엔 총회 데뷔도 상정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실현되려면 먼저 북-미 협상이 충분한 성과를 내야 한다. 폼페이오 방북은 그런 점에서도 주목도를 높인다. 북-미가 뜻을 모아 비핵화 시간표 작성에 뚜렷한 진전을 이루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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