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구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둘째)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정개혁특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내년에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을 늘리라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하루 만인 4일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주요 정책을 사전조율 없이 발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청와대와 기재부는 최저임금을 둘러싸고도 이견을 드러낸 바 있다.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관계자의 발언 형식으로 불거진 기재부 쪽의 반대 명분은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자산 간 쏠림 현상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신중하게 추진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기재부 논리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청와대 산하 특위와 정부가 하루 만에 정반대 태도를 내보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특위는 전날 발표한 권고안에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 기준금액을 2천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내리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연간 이자·배당소득이 1천만원을 초과할 경우 다른 소득과 합산해 6~42%의 세율로 누진 과세하게 된다. 과세 대상자는 현재 9만4천명에서 40만명 수준으로 늘어난다. 과세 대상자에 새로 포함되는 이들이 31만명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다.
특위의 권고안 발표 직전까지도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포함될 것이란 예상은 거의 없었다.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안이 주요 내용으로 다뤄질 예정이었고, 실제로 핵심 발표 또한 종부세 강화였다. 더욱이 종부세 강화안에 대해선 지난달 22일 토론회를 열어 4가지 시나리오로 짜인 초안을 제시하는 절차를 거친 것과 달리,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안은 갑자기 툭 던진 모양새였다.
청와대 쪽은 “특위는 권고하고, 수용 여부는 정부(기재부)가 정하는 게 맞는다”고 밝혀 기재부 손을 들어주는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특위 권고가 곧 청와대 입장은 아니다”라며 “이견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정부기구 간 엇박자로 보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특위의 존재를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 행정부에서 하루 만에 뒤집어버릴 것이라면 특위를 왜 만들었느냐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국민 재산권에 얽힌 주요 정책을 공론화와 사전조율 없이 발표해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일은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강화하는 방안 자체에 대해선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능력에 맞게 세금을 매기고 다른 소득과 형평을 맞춘다는 정책 목표는 살려가야 할 것이다. 특위의 취지 또한 이어가야 한다. 이번 사달이 특위의 무력화로 이어져선 곤란하다. 지난 4월9일 출범한 특위가 ‘조세제도 등에 관한 개혁과제를 발굴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재정개혁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을 되새겨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