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저출산 대책, ‘삶의 질’과 ‘성평등’이 관건이다

등록 2018-07-05 18:11수정 2018-07-05 19:51

그래픽 / 장은영
그래픽 / 장은영
지난해 역대 최저 출산율(1.05명)을 기록한 우리나라는 올해 출산율이 1.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5만8천명이었던 출생아 수는 2022년 이전 20만명대로 진입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가히 사회적 재앙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위원장 김상희)가 5일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발표한 저출산 대책은 이런 다급한 상황을 일단 완화해보겠다는 단기처방 성격이 짙다. 지난해 말 출산율 목표 중심의 국가 주도 정책에서 탈피하겠다는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한 위원회가 ‘아이와 부모의 삶의 질 개선’에 방향의 중점을 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날 발표는 기존 제도의 범위나 금액을 확대·보완하는 정도에 머무른 게 사실이다. 큰 틀에서는 기존의 ‘결혼 장려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사각지대를 줄이고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출산지원금을 전혀 받지 못하던 특수고용노동자, 단시간 노동자, 자영업자 여성 등 5만여명이 매달 50만원씩을 석달간 받는다. 한부모 양육비 지원액과 대상 연령을 확대하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부부에게 난임시술 때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한 것도 의미가 있다. 또 신혼부부와 청년에 대한 주거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신혼부부 지원은 60만쌍에서 88만쌍으로, 청년은 56만5천가구에서 75만가구로 늘렸다. 특히 시세보다 20~30% 싼 ‘신혼희망타운’이 2022년까지 10만가구 공급된다.

반면,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동거커플 출산 지원 등 새로운 가족 형태 인정이나 이민정책 전환, 적정 인구 규모에 대한 논쟁 등 최근 몇년간 물밑에서 이뤄져왔던 논의들은 반영되지 않았다. 하나하나 우리 사회의 기존 관념을 바꾸는 민감한 문제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그런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하는 시점임은 분명하다. 2001년 이래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지원금 일부 확대로 상황이 바뀔 것이라 기대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저출산은 경제적 이유 탓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불행한 교육환경, 여성들이 ‘독박육아’ ‘경력단절’을 벗어나지 못하는 성차별적 구조와 인식, 다양한 가족 형태나 비혼 출생 등을 인정하지 않는 비포용적 사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게 현실이다. 한마디로 ‘행복하지 못한’ 이들이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하겠는가. 저출산은 사회를 총체적으로 다시 디자인할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복지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웨덴의 사회보장제도가 1930년대 출산율 급감에 대응해 시작된 것은 유명하다. 역설적이지만 ‘저출산’을 잊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며 성평등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저출산 대책의 첫걸음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