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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벌 총수의 ‘몰염치’ 보여준 박삼구 회장 기자회견

등록 2018-07-05 18:37수정 2018-07-05 19:23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오른쪽)과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내식 대란’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오른쪽)과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내식 대란’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기업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내놓는 수습책 중 하나가 최고경영자의 직접 사과다. 그런데 이게 사태를 진정시키기는커녕 되레 악화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책임 회피성 변명을 늘어놓는 탓에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사과를 하고도 욕을 더 먹는 이유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과 관련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4일 기자회견이 딱 그런 예다.

기내식 대란의 근본 원인을 따져보면 박 회장의 경영 실패에 있다. 박 회장은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그룹을 위기에 빠트렸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자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재매각했고 금호고속,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 알짜배기 계열사들도 팔았다.

그 뒤 박 회장은 ‘그룹 재건’을 명분으로 계열사 되찾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그룹의 ‘캐시 카우’인 아시아나가 돈줄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아시아나는 올해 1분기 말 부채비율이 599%에 이를 정도로 경영이 악화됐다. 내년부터 새 회계기준이 적용되면 부채비율이 1000%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내식 대란도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재인수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기내식 업체를 무리하게 변경한 게 화근이 됐다. 총수의 개인적 욕심 때문에 멀쩡한 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박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불편을 끼친 승객과 고생하는 직원들, 목숨을 끊은 협력업체 대표의 유족에게 사과했다.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알맹이가 빠졌다. 기내식 업체 변경의 문제점 지적에 대해 “오해”라고 부인했다. 또 “대한항공에서 도와줬으면 해결할 수 있었는데 협조를 못 받았다”며 “서로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남의 탓을 한 것이다. 딸을 계열사 상무로 앉힌 데 대해서도 “인생 공부, 경영 공부를 시키려는 것”이라며 “예쁘게 봐달라”고 했다. 족벌경영과 경영세습에 대한 문제 제기를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넘기면서 자신의 딸을 ‘예쁘게 봐달라’고 말한 대목에선 기가 차서 말문이 막힌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5일 성명을 내어 “기내식 대란은 박삼구 회장의 경영 실패를 그 원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박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으로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또 아시아나 직원들은 대한항공 직원들처럼 ‘직원 연대’를 만들어 6일 서울 광화문에서 ‘경영진 규탄 촛불집회’를 연다. 총수의 무능과 무책임을 질타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박 회장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관련 기사 : 아시아나-대한항공 ‘도움 요청 거절’ 진실 공방

▶ 관련 기사 : 딸 ‘낙하산 인사’ 논란에 박삼구 회장 “경영 공부…예쁘게 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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