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일 평양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끝났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면담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끝내 불발된 것을 보면, 회담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처음 열린 고위급 회담이어서 기대가 높았던 만큼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후속 협상에서는 서로 한발씩 양보해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기를 바란다.
회담 결과에 대한 북·미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폼페이오 장관은 ‘거의 모든 핵심 이슈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했지만, 북한은 회담 뒤 외무성 담화를 내 ‘일방적인 비핵화 요구만 들고나왔다’며 미국에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쪽이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며 핵 신고·검증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도 체제 보장이나 제재 완화의 시간표는 내놓지 않아 북한의 반발을 산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미국이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처를 마련하는 데 더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특히 외무성 담화에서 ‘종전선언 문제까지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뒤로 미뤄놓으려고 했다’고 미국을 비난한 것이 걸린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정전협정 65돌(7월27일)을 맞아 종전선언을 발표하는 데 합의하기를 바랐다. 종전선언은 북한 체제 보장과 북-미 신뢰 조성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의지를 보였던 문제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결론을 낼 수 있는 사안인데 그러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북-미가 비핵화 문제에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을 놓고 미국 내 협상 회의론자들이 목소리를 키우는 것도 걱정스럽다. ‘협상의 운명이 의문에 빠졌다’거나 ‘북한이 협상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주장이 언론과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회의론에 휘둘리지 말고 협상이 성공으로 이어지도록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
이번 회담에서 북-미가 비핵화 검증 등 핵심 사안을 논의할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한 것은 협상의 동력을 살려나갈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해 12일 판문점에서 회담을 열기로 한 것,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회담을 조만간 열기로 한 것도 향후 협상 진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북·미 양쪽 모두 판이 깨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회담에서 확인됐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친서를 교환한 것도 서로가 협상 진전을 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미 협상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까지가 1라운드였고 이제 2라운드가 본격화했다고 할 수 있다. 1라운드가 우여곡절을 겪었듯이 2라운드에도 난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북-미는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해가면서 접점을 키워가야 한다. 우리 정부도 필요한 중재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이슈한반도 평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