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육군회관에서 개최된 군 성폭력 피해자 지원 강화를 위한 민관군 워크숍에서 참가자가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DB
현역 장성들이 잇따라 성범죄 혐의로 보직해임됐다. 2015년 국방부는 모든 성폭력 범죄자들에게 ‘원아웃’ 제도를 시행한다고 했지만 군대 내 성범죄 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특히 미투운동이 거센 올해, 군의 환골탈태에 앞장서야 할 장성들의 사건이 불거진 데 말문이 막힌다. 군의 자체 능력으로 성범죄 근절이 가능한지 의구심이 든다.
국방부는 9일 육군 한 부대 장성인 아무개 준장의 성추행 행위를 확인해 보직해임하고 정식으로 수사 전환했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 여군에게 저녁을 먹자고 불러낸 뒤 부대로 복귀하던 중 단둘이 있는 차 안에서 손을 만졌다고 한다. 자신이 심리학 공부를 했다며 “손가락 길이를 보면 성호르몬의 관계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는데 그 ‘뻔한 수작’에 어이가 없을 정도다. 조사해보니, 2명의 피해 여군이 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주에는 한 해군 준장이 과거 부하 여군을 불러내 술을 마시고 2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긴급체포 및 보직해임됐다.
군대 내 성범죄 근절을 위해선 근본적으론 남성 중심의 권위주의적 병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당장은 ‘군 조직이 자신을 보호해주고 신속히 조사해 엄하게 가해자를 처벌한다’는 믿음을 피해자들에게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를 보면, 피해자가 여군인 사건의 선고유예 비율은 10%를 넘어 일반 법원 1심에 견줘 8배나 높았다. ‘봐주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시 여군 피해자의 61.9%는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답했는데, “대응해도 소용없다” “인사에 악영향”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반면 최근의 해군 사건은 부대 내 상관이 피해자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여겨 양성평등 상담관의 상담을 받도록 하면서 알려졌고, 이번 육군 사건은 해군의 조처를 보며 용기를 내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신고한 경우다.
특히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60만 군인을 욕되게 하는 장성급 지휘관의 성범죄엔 훨씬 무거운 처벌이 필요하다. 이런 ‘별’들을 그냥 두고 군의 ‘성폭력 근절’ 방침에 영이 설 수 없다. 또한 지금처럼 성범죄 1차 조사를 일선 부대에 맡겨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일어나기 쉽다. 국방부 장관 직속의 ‘성범죄 전담기구’ 구성이 필요하다는 군인권센터 주장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