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뒷쪽)이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공장 확장 준공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를 영접한 뒤,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인도를 국빈 방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현지시각) 뉴델리 인근 노이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노이다 공장이 지닌 의미만 놓고 보면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삼성전자는 약 8천억원을 투입해 12만㎡인 기존 공장 터를 24만㎡로 넓혔다. 이번 공장 확장에 따라 휴대전화 생산량은 연간 6700만대에서 1억2천만대로 늘어난다. 세계 최대 규모의 휴대전화 공장이 문을 여는 셈이다. 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노이다 공장이 두 나라 경제협력 강화의 상징이 되었다는 점에서 준공식 참석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은 이런 경제적 의미를 넘어 여러 해석을 낳는 게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재계 1위인 삼성그룹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나 이 부회장을 만나는 것 모두 처음이다. 게다가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 현재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있다.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은 재벌 총수를 대통령이 만나는 게 적절하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재계 일각에선 이번 만남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친기업’ 쪽으로 바뀌는 신호로 해석한다. 그동안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제인과 거리를 둬왔던 문 대통령이 국정농단 세력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나는 것은 큰 변화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만남을 놓고 곧바로 정부의 정책 기조가 선회했다고 보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국내 기업이 외국에 진출해 국부를 키우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것과, 불법행위를 저지른 재벌 총수에게 법과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구분해야 할 사안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대통령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면죄부를 줬다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기업 활동과 이 부회장의 재판은 별개라는 뜻이다.
경계해야 할 대목은 분명히 있다. 이전 정부에서 대통령과 재벌 총수의 만남 이후 이런저런 뒷말이 나온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위원회 등 경제부처들은 근거 없이 정책 기조를 되물리거나 오해를 사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이 재벌의 불법과 비리에 단호히 대처한다는 원칙을 흔드는 계기로 해석되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