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나는 김정은이 우리가 서명한 계약과 우리가 한 악수를 존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압박 성격도 있지만, 북-미 고위급 회담 결과를 놓고 미국 언론과 정치권에서 불거져 나오는 대북 불신론과 협상 회의론을 불식하려는 뜻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계약과 악수’를 강조하면서 북-미 협상에 부정적인 기류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은 향후 협상을 위해 고무적인 대응이라고 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반응은 북한이 고위급 회담 결과에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심’을 강조한 데 대한 화답의 성격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비핵화 협상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북-미가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될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베트남 방문 중에 ‘베트남의 길’을 북한의 미래로 제시한 것도 긍정적이다. 적대국에서 관계 정상화를 거쳐 경제 발전을 이룬 베트남이 북-미 관계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리비아 모델’을 얘기했던 것과는 달리, 베트남 모델 언급은 북한이 부담 없이 수용할 만한 메시지다.
북-미 협상이 총론을 넘어 각론으로 들어가면서 불협화음이 불거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면이 있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이 공개 석상에서 ‘언론보도에 신경쓰면 미쳐버릴 것 같다’거나 ‘언론이 부정적인 것만 보도한다’고 토로한 것은 주류 언론의 과도한 협상 회의론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이해할 만하다. 미국 내 주류 언론과 정치권이 북-미 간 불협화음을 증폭시키며 부정적인 보도를 쏟아내는 것은 뿌리 깊은 대북 불신이 근본 원인이지만, 북-미 협상에 속도가 나지 않는 탓도 있다. 북-미가 더 많이 준비해 협상을 획기적으로 진척시켜야만 이런 회의론을 가라앉힐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군 유해 송환’은 서로 신뢰를 확인하고 협상 속도를 높이는 데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 국방부는 ‘미군 유해를 돌려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기대감을 표명했고, 폼페이오 장관도 ‘유해 송환이 북-미 신뢰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판문점에서 유해 송환을 논의할 실무회담을 열기로 했으니, 여기서 내실 있는 합의가 도출되기 바란다.
~7일 평양에서 북-미 고위급 협상을 한 뒤 베트남을 방문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 하노이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응우엔쉬안푹 베트남 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하노이/로이터 연합뉴스
이슈한반도 평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