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여러모로 어수선하다.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는 판사가 법정에서 검찰에 불만을 드러내는가 하면 현직 판사의 뇌물수수 의혹이 폭로되고 법원 직원들은 연수를 빙자해 가족여행을 다녀온 사실까지 드러났다. 사법부 전체가 국민적 불신을 받는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성찰과 반성은커녕 여전히 기득권의 타성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한다.
법원행정처는 2017년 2월 전산정보국장 명의로 ‘연구회 중복가입 금지’를 공지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위축·와해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 전산정보국장이던 이아무개 부장판사는 12일 자신이 맡고 있던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에 대한 선고 공판 법정에서 돌연 ‘사법농단 관련자가 국정농단 재판을 맡는 게 부적절하다’는 언론 보도를 거론하고 나섰다. “재판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기사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며 “국정원 특별사업비 뇌물사건에 무죄가 선고되는 것에 대한 불만의 우회적 표출로 오해될 여지가 있어 유감”이라고 했다. 판결에 불만을 품은 검찰이 언론에 흘린 게 아니냐는 취지다. 진상은 알 수 없으나, 판사가 선고 법정에서 언급할 사안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검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상황에서 그 대상이 될지도 모를 판사가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건 더더욱 부적절하다.
부산고법의 한 판사가 사건 관계자 등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는 진정이 제기돼 대법원이 지난 4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한다. 진위는 수사로 가려야 하겠으나, 사법농단 사건 와중에 뇌물 의혹이 불거진 사실 자체가 법원의 흐트러진 분위기를 드러내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 서울중앙지법 직원들이 지난달 4일 교육 연수를 명분으로 사실상의 가족여행을 다녀온 것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사법부 구성원 모두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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