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에 있던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이 과연 자의에 의해 탈북한 것인가. 지난 10일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일부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고 한국으로 오게 됐다”고 밝힌 데 이어 15일 식당 지배인이던 허아무개씨가 다시 ‘국정원의 회유에 넘어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나섰다. 지난 2016년 4월 사건 직후부터 국정원의 ‘기획 탈북’이란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데다 최근 당사자들까지 비슷한 주장을 하고 나서 더는 진상을 덮어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발 사건을 맡은 검찰은 더이상 의혹이 남지 않도록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힐 책임이 있다.
허씨는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원래 나는 국정원 협력자였고 정보도 가져다줬다”며 “그 사람들이 종업원들을 데리고 오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한 뒤 동남아에 국정원 아지트로 쓸 수 있는 식당을 차려주겠다고 꼬셨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종업원들에 대해 “대다수가 동남아에 가서 식당을 영업하는 줄 알고 따라왔다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고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허씨는 애초 자신의 국정원 협조 사실이 들통날 위기에 처하자 우리 쪽에 먼저 귀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를 부인하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여종업원들의 ‘자의 탈북’ 여부다. 국정원과 통일부는 여전히 자의에 의한 탈북이란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제이티비시> 인터뷰에 응한 일부 여종업원들은 당시 상하이를 떠나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뒤 한국 대사관에 들어서기 직전에야 한국행을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대사관 앞에서 머뭇거리자 허씨가 ‘(북으로 돌아가겠다면) 한국 드라마 본 것을 보위부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할 수 없이 대사관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이들을 이틀 만에 입국시킨 뒤 비공개 관행을 깨고 사진까지 공개했다. 통일부는 “대북 제재 이후 북한 식당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4·13 총선 5일 전 일인데다 여러 정황상 총선용 기획으로 보인다.
사기극에 가까운 기획 탈북으로 여종업원과 그 가족들의 인권은 철저히 짓밟혔다. 국정원이든 검찰이든 진실을 다시 덮는다면 새 적폐를 쌓는 일이다. 북송 여부는 차후에 따지더라도 우선 진실부터 투명하게 밝혀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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