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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갑질 근절’을 ‘대기업 때리기’로 호도하는 보수 언론

등록 2018-07-17 18:13수정 2018-07-18 08:56

납품단가 횡포·불공정 거래 눈감은 채
“대기업과 건물주가 희생양” 억지 주장
소상공인 “을들의 싸움으로 몰지 말아야”
그래픽 / 김지야
그래픽 / 김지야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후속대책으로 대기업의 납품단가 횡포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부당행위 등 ‘갑질 근절’에 나서기로 했다. 또 자영업자들이 한곳에서 마음 놓고 장사할 수 있게 계약갱신청구권을 10년으로 늘리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조속한 개정을 국회에 촉구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상관없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필요성이 더 커진 일이다. 이번엔 말뿐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제대로 해야 한다.

한 예로 17일부터 하도급법이 개정돼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인상 요청 요건에 인건비 증가가 추가됐다. 하지만 대기업의 거래 중단 등 보복이 두려워 대부분 납품단가 인상은 입도 뻥긋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보복 행위가 적발되면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금을 물리겠다고 하나, 이 정도로는 외눈 하나 깜짝 안 한다. 기업 문을 닫게 할 정도로 엄단해야 상습적 갑질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런데도 보수 언론들은 후속대책을 두고 ‘대기업 때리기’라고 비판한다. “대기업·가맹본부·카드사 때려 최저임금 고통 떠넘기기”(조선일보) “최저임금 부담 기업에 떠넘기는 김상조”(중앙일보) “대기업·가맹본사·건물주 전방위 압박”(한국경제) 등의 제목을 보면 엉뚱하다 못해 황당하다. 이들은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으로 입은 소상공인의 피해를 애꿎은 대기업에 전가하고 있다”거나 “애먼 희생양을 만들어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뭐가 애꿎고 누가 희생양이라는 건지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면 정부가 계속 팔짱 끼고 보고만 있으란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들은 “소상공인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받는 부담과 갑질로 받는 부담은 별개”라고 주장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임금을 올려주고 싶어도 납품단가를 후려치고 가맹수수료로 다 떼어가는데 무슨 수로 임금을 인상해줄 수 있겠는가.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16일 성명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하면서도 “근로자와 영세자영업 간 ‘을과 을의 싸움’을 원하지 않는다”며 본사에 가맹수수료 인하와 근접 출점 제한 등을 요구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의 가맹점주 모임인 전국가맹점주협의회도 “지배계층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 약자 간 싸움을 조장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본사에 부당한 물품 강요 중단 등을 요구했다. 그런데도 보수 언론들은 집요하게 ‘을들의 싸움’ ‘대기업 때리기’ 프레임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우리 경제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전체 고용의 88%를 맡고 있다. 이들이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내년에 최저임금 적용을 받게 될 노동자가 500만명이다. 전체 노동자의 4분의 1이 임금으로 최소생계비를 겨우 충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노동자, 소비자 등 경제 주체들이 서로 양보하고 책임과 부담을 나눠 져야 할 때에 소모적인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언론의 올바른 태도가 결코 아니다.

▶ 관련 기사 : 이낙연 총리 “최저임금 탓하는 경제, 공정하지 못하다”

▶ 관련 기사 : 갑질 근절 대책도 최저임금 탓이라는 보수의 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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