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정부가 18일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과 ‘저소득층 일자리·소득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근로장려금(EITC) 지원을 늘리는 것을 비롯해 여러 방안을 담았지만, 경제난을 뚫기 위한 재정 집행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시행 시기가 대개 내년 이후로 잡혀 있는 것도 문제다. 이런 정도 대책으로는 수출, 소비, 투자, 고용 모두 부진한 현 상황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대책 중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근로장려금 제도 개편안이다. 정부는 내년에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재산과 소득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최대 지급액을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급 대상이 지난해 166만가구에서 내년 334만가구로, 지급 규모는 1조2천억원에서 3조8천억원으로 늘어난다.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근로장려금 지급은 ‘세출 예산’이 아니라 ‘조세 지출’이다. 조세 지출은 세출과 달리 정부가 받아야 할 세금을 받지 않음으로써 간접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기존의 세수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노년층 기초연금을 올리고 청년에게 구직활동 지원금을 주는 것을 포함해 저소득층 일자리·소득 지원, 영세자영업자 지원 방안은 기존 대책의 반복이거나 확대 시행하는 수준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 낮은 2.9%로, 취업자 수 증가폭을 애초 32만명에서 18만명으로 낮춰 잡을 정도의 위기감 표출에 걸맞은 대책인지 의문이다.
정부는 19일부터 연말까지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5%에서 3.5%로 낮추고, 경제 활력을 키우기 위해 약 4조원 규모의 재정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이게 충분한 수준인지도 의문이지만, 이마저 정부 예산이 아니고 기금운용계획 변경(3조2천억원)과 공기업 투자(6천억원)로 대부분 메우게 돼 있다. 내년도 재정지출 증가율을 애초 5%대 중반에서 7%대 중반까지 높이기로 한 것은 그나마 긍정 평가할 만하다.
한국의 재정 정책이 불평등을 줄이는 데 취약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는 대로다. 2016년 기준으로 세전소득과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 변화 폭(재정 기여도)이 한국은 0.046포인트로, 34개국 가운데 31위다. 지난 5월 추경예산이 3조8천억원으로 작은 규모였음을 고려할 때 2차 추경예산 편성까지 포함해 좀 더 과감한 재정 집행 의지를 내보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