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추락한 국산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을 군 관계자들이 수습하고 있다. 이 사고로 5명의 해병대 장병이 순직했다.
국산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추락해 해병대 장병 5명이 순직했다. 안타까운 참사다. 이륙 도중 회전날개인 메인로터가 통째로 떨어져 나가며 수직 추락했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기체 결함 등 사고 원인을 밝히고, 조기 전력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등도 엄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마린온은 최초의 국산 육상기동헬기인 수리온을 개량한 것으로, 해병대는 지난 1월과 6월에 각각 2대씩 모두 4대를 인수했다. 그중 1월에 인수한 1대가 이번에 추락했다. 마린온 사업은 해병대가 45년 만에 자체 항공력을 구축하는 것이어서 특히 주목받았다. 문제는, 마린온이 기체·엔진 등의 결함으로 ‘깡통 헬기’로까지 불렸던 수리온에 기반했는데 그런 결함을 완전히 극복하고 전력화했느냐는 점일 것이다.
수리온은 유로콥터와 기술 협력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최초의 국산 기동헬기로, 2012년부터 지금까지 90여대가 군에 배치됐다. 하지만 사고가 반복되면서 안전성과 기술력에 여러 차례 의문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수리온의 각종 결함을 지적하며 비행안전성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전력화됐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군에 조기전력화 계획 수정을 요구한 바 있다.
이런 수리온에 기반한 마린온은 2013년 7월 개발을 시작해 18개월만인 2015년 1월 초도비행을 했다. 그리고 불과 16개월 뒤인 2016년 5월 전력화를 결정했다. 2023년까지 28대를 실전 배치할 계획이었다.
전문가와 국회 국방위원들은 논란 많은 수리온에 기반한 해상헬기를 이렇게 졸속으로 전력화한 게 참사의 근본 원인이라고 비판한다. 실제 마린온은 배 위에 착륙할 수 있도록 날개를 접이식으로 바꾸고, 연료탱크를 2개 추가하는 등 많은 개조를 했다. 개발 완료 뒤 최소 6~7년 시험운행을 거쳐 전력화하는 국제관례에 비춰보면, 유례없는 초단기 전력화다.
사고조사위원회는 참사의 근본 원인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군의 조직이기주의나 수리온 수출 등을 염두에 두고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결함을 감추는 건 대외 신뢰도는 물론이고 장병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다. 아울러 송영무 국방장관은 그렇게 빨리 전력화를 결정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더는 방산 비리나 장비의 구조적 결함으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는 걸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