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18일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3회 대한상의 제주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인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이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창출, 재정정책 방향, 규제 완화 등 경제 현안에 관해 의견을 밝혔다. 균형감 있는 진단과 합리적 대안 제시가 많아 귀담아들을 만하다. 그는 평소 상의가 당장의 기업 이익만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서는 안 되며 국가경제 전체를 생각해야 장기적으로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해왔다.
박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사용자단체가 빠진 상태에서 결정돼 아쉽다”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 양극화 심화가 근본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 근거로 가구 소득이 중위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는 ‘상대적 빈곤율’이 1990년대 7.4%에서 현재 14%로 2배 가까이 높아지고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라는 구체적 통계를 제시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단순히 임금 올리기가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소생계비를 보장해주는 것이라는 본질을 정확히 짚었다.
박 회장은 다만 “최저임금에만 의존하면 소상공인이 감내하기 어렵기 때문에 근로장려금(EITC) 같은 ‘직접적 분배정책’을 과감히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18일 발표한 ‘저소득층 지원 대책’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의 보완책으로 근로장려금 확대와 기초연금 조기 인상 등을 내놨다. 특히 근로장려금은 내년부터 지원 대상이 166만 가구에서 334만 가구, 지원 금액은 1조2천억원에서 3조8천억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보수언론은 이를 두고 ‘세금 퍼주기’니 ‘포퓰리즘’이니 하며 구태의연한 공격을 되풀이하고 있다.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와 하도급 불공정행위 규제에 대해 “대기업의 일탈 행위를 막는 게 기업 경쟁력을 해치거나 시장 질서 확립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법과 제도만으로는 안 되고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따르는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재벌 개혁에 앞서 재벌 스스로 바뀔 것을 주문한 것이다.
박 회장은 평소 지론인 규제 완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민간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규제 혁파가 시급하다”며 규제 총량 관리, 서비스산업과 신산업 규제 완화, 진입 장벽이 높은 면허제도 개선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규제 완화는 반드시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점에서 박 회장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지만, 그가 제시한 ‘사전규제 완화-사후규제 강화’ 방향은 정부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기업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전처럼 정부가 처음부터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는 식으로 간여를 하면 민간의 창의성을 억누르고 신속한 결정과 대응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사전규제를 완화하되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하고 위법행위가 드러나면 엄단하는 사후규제 강화가 ‘혁신성장’과 ‘공정경제’의 조화로운 추진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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