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고손실죄와 선거법 위반죄로 징역 6년과 2년이 선고됐다. 이미 국정농단 혐의로 징역 24년이 선고된 바 있어 이대로 유죄가 확정되면 모두 32년을 복역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는 20일 국정원장 특수활동비(특별사업비)로 받은 36억5천만원과 관련해, 뇌물 혐의는 인정하지 않고 그 가운데 2억원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국정원에서 정기적으로 특활비를 상납받아 ‘사저 관리비와 의상실 유지비’로 사용하는 등 국가안보를 위해 사용해야 할 예산을 쌈짓돈처럼 유용한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1원도 받은 게 없다”는 주장이 새빨간 거짓임이 법적으로 확인됐다. 또 하나의 사필귀정 판결이라 할 만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안보 예산 전용 사실과 함께 “비서관들에게 책임을 미루고 법원 출석에도 불응”한 사실을 꼬집으며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 중 출정을 거부한 이래 특활비 전용 사건 재판에는 아예 처음부터 나오지 않았다. 국정농단 사건의 항소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사법 절차에 대한 불복 의사를 표시하며 사실상 정치투쟁에 나선 상태다. 공교롭게 같은 날 열린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검찰이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0년을 구형하며 엄벌을 요구한 것도 그의 이런 재판 불복 태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국정농단·국고농단에 비해 조명은 덜 받았으나 박 전 대통령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친박’ 인사들의 당선을 위해 조직적인 불법 여론조사와 선거전략 수립을 하고 공천에까지 개입한 사실도 이번에 유죄로 인정됐다. 헌법의 핵심 가치인 대의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선거농단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가 옥중에서 사실상 정치투쟁을 벌이는 동안 밖에서는 여전히 태극기를 두른 극우세력이 ‘정치보복’ 주장을 펴고 있고, 일부 언론인은 ‘사면’까지 운운하고 있다. 이미 명백히 드러난 국정농단과 국고농단 사실까지 부인하고, 세월호 참사 당시의 진실을 감추며 국민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반성조차 하지 않는 국사범에게 가당치도 않은 궤변이다. 국정농단·사법농단·국고농단에 선거농단까지 저지른 헌법파괴범을 정치 논리로 용서한다면 헌법도, 민주주의도, 법과 정의도 설 땅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