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한국 정치의 과제들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추모하는 이들의 마음을 모아 ‘노회찬표 정치개혁’ 과제들을 착실히 풀어갈 때다. 정치자금법 개정, 선거구제 개편 등 그가 남긴 과제는 많다. 국회는 정치관계법 개정 논의를 서둘러 이들 과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노 의원의 죽음과 직접 연관이 있는 정치자금법의 경우 그 근간은 유지하되 현실에 맞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 노 의원이 도아무개 변호사에게 돈을 받은 시점은 ‘삼성 엑스(X) 파일’ 판결로 의원직을 잃고 20대 총선을 준비하던 시기였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현역 의원과 달리 원외 인사나 정치 신인들은 총선 120일 전 예비후보 등록 뒤에야 후원금을 모으도록 하고 있다. 원외, 정치 신인에게도 최소한 선거 1년 전부터는 후원금 창구를 열어주는 쪽으로 법을 바꿔야 한다.
2004년 개정 이후 그대로인 후원금 한도는 세월이 흐른 만큼 전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 정당 국고보조금의 경우 교섭단체에 총액의 50%를 우선 지급하도록 돼 있는데, 이는 거대 정당에 돈이 쏠리도록 설계된 구조다. 2016년 선관위가 이 방식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내놓은 만큼 이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노 의원이 처음으로 반납했던 국회 특활비 문제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쌈짓돈’으로 불리는 국회 특활비는 폐지 또는 대폭 축소해야 한다.
노 의원이 평생 고군분투한 진보정당 육성을 위해서는 선거구제 개편이 절실하다. 2016년 총선 결과 정의당 의석 점유율은 2.0%(6석)였는데, 실제 득표율과 이를 통한 추정 의석수는 7.23%(21석)였다. 표심과 의석수가 심각하게 불비례하는 것이다. 선관위는 2015년 득표율로 의석수를 배정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권고한 바 있다. 선거구제 개편이야말로 노회찬의 뜻을 잇는 정치개혁의 최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노 의원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뜻을 왜곡하고 폄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벌을 회피하기 위해 자살을 택했다”고 한 것이다. 죽음에까지 이르도록 아파한 노 의원의 가슴 저린 회한을 알 도리가 없는 ‘퇴물’ 정치인의 막말이다. 그럴수록 노 의원의 뜻을 세우고 기리는 일이 중요하다. 노 의원의 유업을 달성하는 데 모두가 발 벗고 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