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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입 개편 공론화위 ‘실패’가 남긴 교훈

등록 2018-08-03 18:16수정 2018-08-03 19:46

김영란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의제 발표’를 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영란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의제 발표’를 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 공론화위원회가 현재 중3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에 대해 ‘정시 확대 및 장기적으로 수능 절대평가 확대 검토’를 뼈대로 하는 공론화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교육회의의 대입개편 특위가 오는 7일 이를 바탕으로 교육부에 권고안을 내면, 교육부는 그밖의 쟁점까지 포함된 개편안을 이달말께 내놓게 된다.

공론화위 발표는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일견 모순된 정책 방향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기대에 못 미친 게 사실이다.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계속 ‘떠넘기기’를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런 ‘혼란’은 학교 현장의 개혁과 신뢰 회복 없이 대입제도만 바꾸는 논의 방식에 한계가 명백함을 드러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언제나 상충되기 쉬운 ‘공정’과 ‘경쟁 완화’라는 가치가 팽팽히 맞선 결과는 한국 사회에서 교육문제가 얼마나 난제인지 새삼 확인시켜줬다. 무엇보다 논의의 성격과 순서를 고려하지 않고 ‘사회적 합의’에 대입제도 개편부터 떠맡긴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대입 개편은 ‘중단이냐 지속이냐’를 선택했던 원전 문제와 달리, 단일 답안을 택하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의 문제다. 애초 교육부가 넘겼던 쟁점을 상당 부분 간추렸다고는 하나, 학생부전형과 수능전형의 비율과 수능 평가방법 선택은 제도 자체만의 장단점으로 따지기 어려운 까닭이다. 490명 시민참여단이 매긴 점수에선 ‘45% 이상을 정시로 선발’한다는 1안이 1위였지만 가장 대척점에 있는 2안과 통계상 격차가 무의미했다. 여론이나 의제 설정면에서나 불리할 것이란 예측을 깨고 수능 절대평가 도입과 확대 의견이 숙의 결과 53.7%에 달한 것도 유의해 볼 점이다. ‘금수저’ ‘깜깜이’ 전형이라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 우려가 크게 작용해 상대적으로 공정하게 여겨지는 수능 확대를 지지하면서도, 우리 입시 환경이 지나치게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식을 느끼는 이들 또한 많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교육부가 공론화위 결론을 따르겠다는 뜻을 밝혀온 만큼, 2022학년도 대입에선 20% 안팎까지 떨어졌던 정시 비율이 일정 정도 확대되고, 수능 절대평가는 당분간 유예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 현장에선 ‘고교 교육 정상화, 고교 학점제, 혁신학교 확대’ 같은 교육개혁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특히 정시가 대폭 늘 경우 다시 특목고·자사고 쏠림 현상도 심화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바람직한 제도도 교육 수요자와 국민의 신뢰 없이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입학사정관제나 학생부전형 같은 제도들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온 건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학벌과 노동 문제를 그대로 두고 교육개혁을 논의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교육부는 ‘공정’과 ‘경쟁 완화’라는 가치를 우리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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