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채택했다. 대북 지원 단체나 국제기구가 인도적 지원을 위해 ‘대북 제재’ 면제 요청을 할 경우, 가능한 한 신속하게 처리해 지원 품목이 제때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가이드라인의 핵심이다. 이번 조처는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 제재를 유지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특히 대북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이 가이드라인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대북 제재 기조가 바뀌는 것은 아닌지 주목된다.
유엔의 보고를 보면 북한은 여전히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대북 제재 강화의 여파로 인도적 지원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최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북한 어린이 20%가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도 북한의 올해 곡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5%가량 줄어, 65만톤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 조처로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세계식량계획과 유니세프의 대북 지원에 800만달러를 공여하겠다고 밝혔지만, 제재 강화 분위기 속에서 집행을 미뤘다. 정부는 서둘러 계획을 실행하기 바란다.
미국은 이번 가이드라인과 상관없이 대북 제재는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초안을 미국이 작성했다는 점은 미국의 대북 제재 입장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로 해석할 여지를 남긴다.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이 “미국이 북한에 올리브 가지를 건넸다”고 한 것도 그런 변화를 염두에 둔 평가로 보인다.
대북 제재 해제는 북한의 비핵화와 맞물린 문제여서 미국 정부로서도 운신의 폭이 좁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유화적 조처가 비핵화 촉진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인도적 지원 가이드라인 채택이 대북 제재의 유연한 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법륜 정토회 지도법사(앞줄 오른쪽 넷째 마이크 든 이)와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등 종교계 대표들이 2010년 8월 27일 오전 경기 파주 임진각 앞에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모임’이 마련한 밀가루 300t을 북한에 전달하러 떠나기에 앞서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파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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