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서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 추진 방침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뜨거운 감자’인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 예외 적용을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며 발언 수위도 이례적으로 높았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막기 위한 제도로,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4% 넘게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서울시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서 “우리 금융산업의 시장 구조는 이미 시장에 진입한 금융회사들이 경쟁과 혁신도 없이 과점적 이익을 누릴 수 있는 반면,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새로운 참가자들은 진입 규제 장벽으로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기존 은행들의 기득권 구조를 질타하면서 인터넷은행을 활성화해야 할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를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의 상징으로 보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의 은행 이용을 보다 편리하게 해줄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기대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규제 완화가 속도를 내지 못하자 문 대통령이 더이상 해당 부처에만 맡겨두지 않고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월27일 규제혁신회의를 회의 직전 전격 취소한 것도 금융위원회가 준비한 규제 완화 대책이 미흡했기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국회가 나서서 입법으로 뒷받침해달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은산분리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은행법 개정이 아닌 특례법 제정을 통해 인터넷은행에 한해서만 규제를 완화해준다는 방침이다. 또 재벌이 참여하지 못하게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 보완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과 정의당은 은산분리 원칙을 허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반대한다. 처음에는 인터넷은행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는 길을 터주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이전 정부에서 삼성그룹 등 재벌들이 은산분리 완화를 줄기차게 주장했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정의당 등은 이날 토론회를 열어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여당이 분명한 설명 없이 입장을 바꾼 것도 시민단체들의 의구심을 키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민주당은 규제 완화에 반대했고, 문 대통령도 대선 공약집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등 각 업권에서 ‘현행법상 자격 요건을 갖춘 후보가’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규제 완화는 속도와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쟁점 사안일수록 최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가 시민단체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더욱 확실한 보완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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