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방문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간담회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삼성그룹이 2020년까지 3년 동안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채용하겠다는 투자·고용 계획을 8일 발표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드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화답으로 여겨진다.
특정 기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고용 독려나, 여기에 답하는 형식 모두 자연스럽지 않은 낡은 방식이라 이미 논란을 낳긴 했지만, 이날 발표는 눈길을 끌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투자 규모 180조원은 이전 3년의 150조원에 견줘 20%가량 많다. 2020년까지 투자하기로 한 180조원 중 국내 투자는 130조원으로 연평균 43조3천억원이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채용 규모도 애초 계획한 2만5천명보다 1만5천명 늘렸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정부로선 반가운 일일 것이다. 계획대로 실행된다면 국내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기업 지원 방안도 관심을 끈다. 앞으로 5년간 총 11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중소기업 2500개의 스마트공장 전환과 국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지금 거래를 하지 않고 있는 ‘비협력 중소기업’도 대상이다. 1~2차 협력사 중심으로 운영해온 협력사 지원프로그램을 3차 협력사까지 넓힌다는 내용도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거둔 눈부신 실적에 배어 있는 협력업체들의 땀과 눈물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법정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금난을 겪는 협력사들을 위해 인건비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한다는 방침도 실행으로 보여주길 바란다.
삼성의 발표가 투자와 일자리 확대,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에 목말라하는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차원의 장기 포석에 따른 전략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 따라서 재벌정책을 포함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나, ‘국정농단’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에 영향을 끼칠 신호로 읽어서는 곤란하다. 메시지 오독은 삼성이 ‘한국 대표’에서 ‘세계 일류’로, ‘실적 좋은 회사’에서 ‘가치 있는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데 되레 악영향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