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피자 본사와 가맹점주협의회가 9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에서 연 ‘상생협약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상생 손글씨’를 김흥연 미스터피자그룹 사장(왼쪽)과 이동재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미가협)가 올해 안에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처음으로 구매협동조합을 만든다. 미스터피자 본부(MP그룹)의 양해에 따라 일부 재료를 공동으로 자체 구매함으로써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식이라 주목할 만하다. 엠피그룹과 미가협이 9일 상생협약을 맺어 가능해졌다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협약에 따라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은 본사를 통해서만 구매해야 했던 필수구입 대상 가운데 냉동새우, 베이컨, 샐러드 등 25개 품목을 내년 1월부터는 조합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이는 본사 식자재 매출의 30%(연간 120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을’끼리 연대해 거둔 성과물이며, 본사와 상생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반길 일이다. 사회적 기업인 ‘소셜 프랜차이즈’에선 구매협동조합을 세운 사례가 여럿 있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아직 전례가 없다. 조합 설립과 별도로 가맹점들이 본사와 함께 ‘구매공동위원회’를 만들어 내년 1월부터 본사에서 공급하는 원·부자재의 품질기준을 세우고 합당한 절차와 가격을 정하기로 한 것도 가맹점의 힘을 키울 것으로 주목된다.
지난해 불거진 정우현 전 회장의 경비원 폭행사건을 비롯한 ‘갑질 논란’ 탓에 엠피그룹의 기업 이미지와 경영 실적이 나빠지고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갈등이 심해졌다. 이에 서울시가 중재에 나섰고, 양쪽이 상생협약을 맺기에 이르렀다.
이번 협약에도 한계는 있다. 치즈, 도(밀가루 반죽) 등은 여전히 본사를 통해 구매하도록 돼 있다. 조합 설립에 본사가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미국의 던킨도너츠, 버거킹처럼 본사와 가맹점이 조합을 통해 공동운명체로 묶여야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의 동반 상승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스터피자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상생 폭이 더 넓어지고,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