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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은산분리 논란, 정부가 토론과 설득에 더 힘 쏟아야

등록 2018-08-09 18:23수정 2018-08-09 19:02

경실련이 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은산분리 완화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경실련이 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은산분리 완화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 추진을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찬반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정의당은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은산분리 완화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정부는 인터넷은행 문제를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통해, 진입 장벽에 기대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금융산업을 혁신하고 연관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핵심 쟁점인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에 대해선, 은행법 개정이 아닌 별도의 특례법 제정을 통해 인터넷은행만 규제를 완화해주는 한편 대주주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도 금지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도 “은산분리 대원칙은 확고히 지키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방화벽을 충분히 쌓을 수 있다면,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는 추진해볼 만한 정책이라 판단된다.

다만,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 추진 과정에서 정부가 시민사회와 대화하고 토론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단체들은 ‘처음에는 인터넷은행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일반 은행으로 이어지고 재벌 참여의 길까지 터줄 것’이라고 걱정한다. 작은 구멍 하나가 둑 전체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다.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아야 한다는 기본 인식에서 정부와 시민단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솔직한 대화와 깊이 있는 토론을 통해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정부의 정책 책임자들이 시민단체들을 찾아가 이런 대화를 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혹시 ‘시간이 약’이겠거니 하고 반대 여론이 가라앉기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문 대통령도 “열번이든 스무번이든 찾아가 문제를 풀라”고 주문하지 않았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금융위든 청와대든 시민단체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민주당의 태도도 실망스럽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시절엔 당론으로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했다. 물론 한번 정한 당론을 절대 바꾸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당내 토론 등을 거쳐 왜 당론을 바꿨는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반대 의원들의 의원총회 요구마저 외면했다고 한다. 8일엔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과 8월 임시국회에서 특례법을 처리하기로 합의까지 했다. 너무 성급한 모양새다.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규제 완화’와 관련해 여러 지점에서 찬반양론이 격돌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그럴수록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최대한 구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정책 변경에 비판적인 시민사회와의 대화를 건너뛴다면, 기대하는 효과는 반감되고 사회적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 관련 기사 : 문 대통령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은산분리 규정 완화”

▶ 관련 기사 : 김병욱 “은산분리 훼손 아냐” vs 추혜선 “작은 구멍에 둑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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