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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찰은 진정 여성들의 분노 이유를 아는가

등록 2018-08-10 18:45수정 2018-08-11 19:20

경찰이 워마드 운영진에 대해 음란물 유포 방조 등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라는 발표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경찰은 통계를 동원해 ‘편파수사’가 아님을 적극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들이 일상에서 불법촬영물에 느껴왔던 불안과 공포와 절망감에 비춰, 이는 ‘번짓수를 잘못 짚은’ 해명이다.

경찰은 워마드에 게시된 ‘남자목욕탕 아동 나체 사진’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운영진에게 메일을 보내도 답이 없고 삭제 조치가 안 돼 음란물 유포 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성혐오의 진원지로 지목됐던 일베에 대해서도 엄정한 수사를 하고 있다며, 올해 접수된 ‘일베’ 관련 신고 69건 중 53건을 검거했고 워마드는 올해 32건이 접수됐지만 게시자가 붙잡힌 사례가 없다는 자료까지 냈다.

이런 사진 게재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일베와 워마드 신고 건수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불법촬영물 여성 피해자들의 수사의뢰 자체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안다면, 경찰이 이런 식의 비교를 설득력 있다고 내놓을 순 없는 법이다. 경찰은 ‘통상 수사 절차’라지만 그동안 음란물 유포 방조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회원수 수백만명인 소라넷의 운영자를 구속하는 데 19년이 걸렸던 건 단적인 사례다. 지난달 한 방송사가 방영해 공분을 일으켰던 웹하드 업체와 이른바 사이버장의사의 유착관계에 대해선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지워도 지워도 다시 인터넷을 떠도는 ‘몰카’와 ‘리벤지포르노’ 영상은 피해여성들의 삶을 산산조각 내고 있다. 10일 여성단체연합 등 30개 여성단체는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웹하드 처벌 않는 경찰이 진짜 방조자”라고 주장했다.

백번 양보해 경찰이 이제부터 유포 방조도 강력하게 수사하겠다는 뜻이라면, 그동안의 소극적 수사에 대해 인정하는 게 먼저다. ‘여성혐오를 남성혐오로 갚는’ 방식엔 동의하지 않지만, 워마드는 돈이나 재미를 위해 ‘음란물 유포’를 목적으로 삼는 사이트가 아니다. 워마드에 비판적인 이들까지 이번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유다. 혜화역과 광화문에서 네차례 열린 시위의 핵심 요구는 ‘여성들이 안심하고 살 수 없게 하는 남성중심적 구조’를 끝내라는 것이었다. 경찰은 해명에 앞서 이런 요구의 본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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