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9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8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값이 0.18% 올랐다. 지난 2월 넷째주(0.21%)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지방은 0.11% 떨어졌다.
정부가 강도 높은 투기 억제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4월부터 진정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 발언과 기획재정부의 보유세 개편안이 나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박 시장의 신중치 못한 발언은 여의도와 용산은 물론 주변 지역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8월 첫째주 여의도가 있는 영등포구와 용산구가 각각 0.29% 올라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영등포구와 인접한 양천구는 0.26%로 3위, 용산구와 인접한 중구는 0.25%로 4위에 올랐다.
애초 보유세 개편은 투기 억제책의 화룡점정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강남의 집부자들도 보유세 개편안이 어떻게 나올지 숨죽이고 지켜봤다. 그러나 막상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발표한 보유세 개편안은 ‘종이호랑이’로 드러났다. 이미 아파트값이 수억~십수억원 오른 집부자들에게 수십만~수백만원 인상되는 종합부동산세는 부담이 되지 않는다. 7월 첫째주까지만 해도 하락세를 보이던 강남 4구 아파트값이 둘째주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4주 연속 올랐다. 시간이 갈수록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정부가 조세 저항을 무릅쓰면서까지 보유세를 개편하지는 않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한 셈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 3일 합동점검단을 구성해 불법 청약과 전매 등에 대해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집값이 많은 오르는 곳은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하기로 했다. 필요한 조처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을 불안에 빠트린 원인을 그대로 둔 채 단속만 강화해선 한계가 있다.
서울시가 중장기 계획인 여의도·용산 개발을 백지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개발이익을 철저히 환수해 불로소득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구체적인 환수 방안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 지금처럼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보유세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 현재 시가의 60~70% 수준인 공시가격을 단계적으로 높여가면 보유세 개편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국토부가 현실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데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부동산 대책은 때를 놓치면 시장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불을 잘못 지폈으면 끄는 거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경제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집값마저 다시 치솟는다면 서민들은 살길이 정말 막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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