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개최의 분수령이 될 고위급회담이 13일 판문점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특히 북한이 먼저 제의해 열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세번째 회담을 꼭 성사시켜, 북-미 관계 진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길 바란다.
12일 공개된 대표단 면면을 보면, 고위급회담 의제를 놓고 남북 사이에 약간의 시각차가 존재하는 듯하다. 남쪽은 정상회담 준비에, 북쪽은 철도·도로 등의 경협 문제에 좀더 무게를 둔 모습이다. 그러나 ‘가을 정상회담’과 ‘북한 철도·도로 현대화’는 모두 4·27 판문점 선언 합의사항이므로, 대표단 구성의 미묘한 차이가 회담의 실질적 성과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최근 북-미 비핵화 협상을 둘러싸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핵 실험장 및 미사일엔진 시험장 폐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가시적 조처가 없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낸다. 미국은 ‘북한 핵 폐기 이전에 제재 완화는 없다’고 고집한다. 북한이 ‘체제 안전보장’의 징표로 요구하는 종전선언에도 미국은 소극적이다. 북-미 두 정상의 개인적 신뢰는 굳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답보 상태를 오래 끌면 상황이 어떻게 돌변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흡사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형국이다.
지금 남북정상회담이 긴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북-미에만 맡겨둬선 더이상 ‘비핵화’의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북-미 정상회담이 한차례 위기에 빠졌을 때 이 위기를 극복하고 역사적인 싱가포르 회담의 물꼬를 튼 게 판문점 2차 남북정상회담이었음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이번 고위급회담을 북한이 먼저 제안한 것도 문 대통령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남북 정상의 세번째 만남은 최대한 빨리 이뤄지는 게 좋다. 장소는 4·27 판문점 선언 합의대로 평양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동안 남북 간에 공식·비공식 채널로 논의를 해왔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니, 시일이 촉박해도 문 대통령의 방북 준비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6·12 북-미 정상회담의 교훈은,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 완화, 북한의 핵 리스트 제출과 같은 실질적인 ‘행동의 교환’이 결국 북-미 정상의 결단을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 북-미 정상 만남의 디딤돌을 남북정상회담에서 놓아야 한다. 13일의 고위급회담에서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 합의를 이뤄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