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이 지난 1일 국회에서 ‘민생현장 방문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위한 회의를 기다리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오는 16일로 출범 한 달을 맞는다. 지난달 17일 취임한 그는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을 비판하며 ‘국가주의 논쟁’을 촉발해 한동안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6·13 지방선거 참패로 존폐 위기에 직면한 자유한국당의 변화와 보수 혁신을 추진할 구원투수로 영입된 그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당은 여전히 국민에게 외면받고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11%에 그쳤다. 김 비대위원장 취임 당시인 7월 셋째 주 지지율이 10%였다. 6·13 선거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각각 20%포인트, 15%포인트나 빠진 것을 고려하면 아무런 반사이익도 챙기지 못한 것이다. 되레 112명의 의원을 거느린 원내 제1야당이 지지율 16%를 기록한 의석 6석의 정의당에 밀리는 수모를 겪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이 인적 청산과 당 혁신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민심을 얻는 데 실패한 탓이다. 김 위원장은 14일 인적 청산과 관련해 ‘2020년 총선 때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도록 바뀌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너무 한가한 처방이다. 6·13 선거 참패 뒤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청산과 혁신’을 약속했던 게, 빈말로 끝난 셈이다. 실제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혁신을 외치는 당내 목소리도 사라졌다. 계파 갈등을 감추려 혁신을 회피한 결과다.
김 비대위원장은 ‘인적 청산보다는 새로운 보수가치 정립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초라하긴 마찬가지다. 취임 초반 ‘박정희식 국가개입에 동의하는 사람과 같이 갈 수 없다’며 변신을 시도하는 듯했지만, 내부 반발에 “박정희 성공신화를 다시 만들자”고 말을 바꿨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엔 사실상 ‘이승만 띄우기’에 나섰다. 김 비대위원장은 건국 정신이 어디서 오든 1948년에 주권과 영토가 모두 갖춰졌다는 측면에서 1948년을 건국절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세력의 논리를 그대로 대변한 것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9일 첫 지방 민생탐방으로 대구·경북을 찾아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텃밭’에서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존재감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당 쇄신, 보수 혁신보다 권력의지를 앞세운 듯한 행보는 국민의 외면을 자초할 뿐이라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