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밤 경기도 하남시 미사대로에서 광주 방향으로 달리던 BMW 520d에서 불이 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10분 만에 진화됐다. 사진 하남소방서 제공
국토교통부가 아직까지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리콜 대상 베엠베(BMW) 차량에 대해 14일 운행정지 명령을 내렸다. 국내에서 차량 결함으로 운행정지 명령이 내려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토부는 지난달 26일 리콜이 시작된 이후에도 하루 한대꼴로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이 많아 강제 조처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리콜 대상 차량 10만6317대 가운데 이날까지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이 2만여대에 이른다. 굳이 정부 조처가 아니더라도 해당 차량 소유주들은 본인은 물론 인근 차량과 시설물의 안전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이라도 안전진단을 반드시 받아야 할 것이다.
또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에서도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토부는 추가 조사를 통해 안전진단 대상 확대 여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올해 들어 불이 난 베엠베 차량 39대 중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이 9대나 된다.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베엠베도 안전진단에 따른 차량 소유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체 차량 무상 제공 등 필요한 조처를 다해야 할 것이다. 원인 제공자로서 피해자들에게 최대한 성의를 보이는 게 도리다.
정부는 갈수록 확산되는 베엠베의 결함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베엠베는 화재 원인인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부품 결함 사실을 지난 6월에야 알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에 베엠베를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들은 베엠베가 오래전부터 결함 사실을 알고도 이를 감춰왔다고 반박한다. 베엠베가 2017년식 차량에 설계를 변경한 부품을 장착한 것을 보면 적어도 2년 전에 해당 부품의 결함을 인지했다는 주장이다. 베엠베가 지난해 영국에서는 일부 차량의 배기가스재순환장치에서 냉각수가 새는 문제가 발생하자 해당 부품을 교체해줬다는 언론 보도는 이런 의혹을 키운다. 냉각수 누수는 베엠베가 지난 6월 밝힌 화재 원인이다.
결함 은폐 의혹 조사는 경찰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국토부와 환경부 등 관련 부처가 전문가들과 함께 합동조사반을 만들어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 베엠베는 이미 늑장 대처로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만약 베엠베가 한국에서 계속 영업하기를 원한다면 화재 원인과 관련된 자료를 한점 숨김없이 공개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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