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과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73돌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는 물론 동북아 안보체제 등을 포괄하는 큰 틀의 외교안보 구상을 밝혔다. 남북관계 발전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촉진,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제안 등 굵직굵직한 방안들이 담겼다. 다음달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관계 발전의 중장기 비전을 망라한 것으로,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내놓은 베를린선언에 견줄 만하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롭게 오가며,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 그것이 진정한 광복”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향후 30년간 남북 경협 효과는 최소 170조원이라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철도 연결, 일부 지하자원 개발을 더한 효과라고 적시했다. 문 대통령이 비록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가 정착된 이후”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이들 사업을 본격화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경기·강원 접경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됐는데, 잘 다듬으면 남북이 ‘윈윈’할 수 있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특히 남북, 중·일·러·몽골 등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했는데, 의미심장한 구상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유럽 석탄철강공동체’가 유럽연합의 모체가 된 것을 언급하면서 “이 공동체는 우리의 경제 지평을 북방 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철도 협력은 남·북·중·러가 우선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유망 분야이고, 이를 통해 적절한 시기에 대북 제재 완화로 가는 길을 닦을 수도 있다. 남북관계의 진전 정도에 맞춰 동북아 외교의 주요 축으로 추진해볼 만하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 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 오히려 남북관계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라는 말도 했다. 이는 북핵과 남북관계를 연동시켜야 한다는 미국의 태도와는 사뭇 달라 주목된다. 비핵화 협상에 남북관계가 발이 묶일 경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인식인 셈이다. 남북관계 진전과 북-미 협상이 선순환을 이뤄야 하는 만큼 남북관계에도 자율성이 필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접근법은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다음달 평양 정상회담과 관련해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종전선언,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담대한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관계 진전의 시간표도 열거했다. “상호대표부로 발전하게 될”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며칠 후면 설치되고,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철도·도로 연결은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비전을 보다 명확히 하고 로드맵도 구체화했다. 올가을 한반도 정세의 중대 기로를 앞두고 목표와 비전을 명확히 하고 실현 방안을 가다듬는 일은 중요하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결단력 있게 나아감으로써 문 대통령이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고 한반도 정세의 새 국면을 개척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