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7월7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르면 다음주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 다수가 ‘최근 북-미가 만나 폼페이오 장관의 8월 말 방북에 합의했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사실상 확정됐다고 해도 될 듯하다.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협상 교착국면에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이번에는 북-미 모두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폼페이오 방북이 구체화한 것은 물밑 협상에서 북-미 사이 이견이 상당히 좁혀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6일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뒤 북한이 ‘미국이 강도적 요구를 했다’고 반발하면서 협상이 한동안 공전했지만, 최근 북-미 양쪽이 요구 수준을 애초보다 낮춰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종전선언 없이 비핵화는 없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났고, 미국도 핵 신고부터 하라는 태도를 누그러뜨린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북한이 핵물질·핵시설의 신고와 사찰을 약속하고 동시에 미국은 북한에 종전선언을 약속하는 것이다. 핵 물질·시설 신고와 종전선언을 맞교환한다면 어느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지는 합의는 아니라는 점에서 타협 가능성이 작지 않다.
그러나 폼페이오 방북으로 북-미가 바로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낙관만 할 상황은 아니다. 미국 재무부는 15일(현지시각)에도 대북 제재를 위반한 중국·러시아 기업에 독자 제재를 부과했다. 가시적 비핵화 조처 때까지는 제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소식통들은 북-미 사이에 핵 신고와 종전선언 문제가 어디까지 조율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해 협상을 해봐야 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번 폼페이오 방북 때와 같은 ‘합의 불발 사태’를 막으려면, 북-미가 더욱 긴밀한 사전 논의를 통해 접점을 넓혀 나가야 한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종전선언-핵 신고 교환’이라는 성과를 낸다면, 한반도 정세는 급물살을 탈 것이 확실하다. 남북은 한층 더 가벼운 마음으로 9월 정상회담에서 관계 개선의 청사진을 내놓을 수 있고, 이어 9월 말 뉴욕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것도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폼페이오 4차 방북이 북-미 관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정부는 중재력을 발휘하는 데 마지막까지 힘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