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 소득격차가 계속 벌어져 정부·여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9 예산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1분기에 이어 2분기(4~6월)에도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나온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하위 20% 가구(1분위) 소득은 월평균 132만49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견줘 7.6% 줄고, 상위 20%(5분위) 소득은 913만4900원으로 10.3% 늘었다. 명목소득에서 세금 같은 공적이전 지출을 뺀 가처분소득 기준 5분위 배율(5분위/1분위)은 5.23배였다. 2분기 기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2분기 분배지표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결과다. 고용난 속에서 일자리를 잃은 저소득 가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께부터 부진한 흐름을 타기 시작해 올해 들어 더 나빠진 자동차와 조선 같은 주력 제조업 영역에서 임시·일용직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많이 줄었다. 이는 파견업체를 포함한 ‘사업시설 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영역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완충 역할을 해줄 자영업에서도 고용난이 심해져 2분기 소득격차에 반영돼 나타났다.
정부·여당은 고용난에 이은 소득분배 악화라는 빨간불 신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 정부 탓을 하거나 내년엔 나아진다는 식의 ‘희망 고문’을 하는 건 국정을 책임진 처지에서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통계상의 문제를 들먹이는 일도 금물이다. 올해 새로 개편된 가계동향조사의 표본에 1인가구와 고령층 가구 비중이 커진 데서 비롯된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큰 흐름상 이를 강조하는 건 궁색하게 비칠 뿐이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늘었으니 최저임금 인상 영향은 없다’는 식의 주장도 거두는 게 좋겠다. 올해 초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작년 하반기부터 미리 종업원을 줄였을 개연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분배 악화’는 현 정부의 가치와 배치될 뿐 아니라 사회통합 분위기를 깨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안이다. 정부·여당으로선 책임감과 함께 위기의식을 갖고 총력 대응해야 한다. 경제 상황이 나쁠 때 벌어지는 주도권 다툼이나 이견 분출은 소모전으로 흐를 뿐이다. 또 대국민 메시지를 어지럽게 해 정책 추진의 동력을 잃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그렇다고 정책 기조의 전환을 섣불리 꾀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고용난과 분배 악화의 배경에는 경기순환적, 구조적, 정책적 요인이 두루 깔려 있기 때문이다. 사회안전망 보강과 함께 기존 대책을 재점검하고, 산업구조조정의 청사진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으고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