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 회의 시작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에서 배제됐다. 진보정당이 노동소위에서 배제된 것은 2004년 민주노동당 원내 진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3개 원내교섭단체는 노회찬 의원의 죽음으로 ‘평화와 정의’가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고, 소위 위원을 10명에서 8명으로 줄인 데 따른 조처라고 주장한다. 납득하기 어렵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등 노동 현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온 정의당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정미 대표는 지난 5월 노동소위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부담 완화를 위해 정기상여금은 물론 식대·교통비·숙박비 등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으려는 3당에 맞서 반론을 펼쳤다. 그는 한 달에 170만~180만원 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개악’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정미 대표를 배제한 데 대해, 민주당은 ‘정의당이 야당이니 야당 몫 4명에서 나눠주라’는 입장이고 자유한국당은 ‘정의당은 범여권이니 민주당 몫을 나누라’고 주장한다고 한다. 두 거대 정당이 의도적 ‘짬짜미’를 하고선 비겁하게 책임 회피를 하는 걸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민주평화당도 “이정미 의원에게 환경노동위를 떠나라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거대 정당에 유리한 선거제도 때문에 자신들의 의석이 과잉 대표된 측면이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의당 지지율이 바른정당은 물론 자유한국당을 앞서기도 했다. 이런 걸 고려하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양보하는 게 옳다. 야당 몫을 늘려 정의당에 배려하거나, 노동소위 위원 수를 10명으로 되돌려야 한다.
이참에 20석으로 규정한 국회 원내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강화한 교섭단체 요건에 45년째 발이 묶여, 소수 정당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협치’를 강조했는데도, 민주당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매우 유감스럽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국민에게 외면받는 ‘나홀로 여의도’를 자초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