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세가 서울 전역으로 퍼져 서민 주거난을 키우고 있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진 연합뉴스
집값 불안은 서민의 삶을 뿌리째 흔들고 정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요즘 서울지역 아파트값 흐름에서 이런 위험신호를 엿본다. 고용난, 빈부격차 확대에 주택시장 불안까지 덧붙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중앙부처뿐 아니라 용산·여의도를 비롯한 서울지역 집값 불안에 기름을 부은 서울시에 쏟아지는 원망의 눈길이 따갑다.
한국감정원 아파트값 동향 자료를 보면,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보다 0.37% 올랐다. 1월 넷째주 0.38% 오른 뒤 최대 상승폭이다. 동작·용산·영등포·강동·강서구 모두 0.5% 이상 올랐다. 도심권이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뿐 아니라 동대문·강북·중랑·도봉·관악구 지역에서도 오름세가 뚜렷하다. 집 구하러 나섰다가 낭패를 당한 이들의 하소연이 쏟아진다.
요즘 집값 불안은 박원순 서울시장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박 시장의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발언으로 용산·영등포구 집값이 치솟는 터에 ‘강북 플랜’(강북권 집중투자 계획) 발표로 서울 전역이 급등세에 휘말렸다는 것이다. 화들짝 놀란 정부가 23일 오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주택시장 동향 간담회를 열었지만, ‘투기지역 추가 지정을 검토해 투기수요 유입을 차단하기로 했다’는 선언 정도에 그쳤다. 시장 동향을 점검하면서 추가 대책을 마련한다는 말 역시 믿음을 주지 못한다.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에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갈등을 벌이는 모습은 주택시장 불안감을 키운다. 이미 알려진 대로 박 시장의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구상은 국토교통부와 미리 조율하는 과정을 밟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국무회의 배석까지 하는 박 시장이 왜 중앙정부와 손발을 못 맞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유지를 대상으로 하는 용산 일대 개발은 중앙부처 협조 없이는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이란 점에서 특히 그렇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불협화음 논란 뒤인 지난 3일 ‘부동산 시장관리협의체’를 꾸렸지만, 개발 구상과 집값 상승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견만 내보이고 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강북지역 개발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이런 방식의 일 추진은 곤란하다. ‘통합 개발’은 중장기 숙제지만, ‘서민 주거난’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