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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두환씨, 더 늦기 전에 광주 영령 앞에 무릎 꿇어야

등록 2018-08-27 17:52수정 2018-08-27 20:01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관련 재판에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은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회부됐다. 그동안 두차례나 재판을 미루더니 이번엔 부인 이순자씨가 ‘전씨가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을 앓고 있다’며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투병 여부를 면밀히 살펴야겠지만, 전씨가 어떻게든 5·18 관련 책임을 회피하려 드는 것 같아 많은 이의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이씨는 26일 전씨가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 뒤 약을 복용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씨는 2013년 이후에도 모교 체육대회나 장례식 등에 모습을 드러냈고, 지난해에는 회고록까지 출간했다. 이 정도면 전씨가 정말 재판에도 못 나올 정도인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역시 건강상 이유를 들어 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법을 무시하는 전직 대통령들의 이런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전씨는 1980년 5월 광주 시민을 무차별 학살한 것과 관련해 1997년 내란 목적 살인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여태껏 광주 영령과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사죄의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조비오 신부가 직접 목격한 헬기 사격 증언을 두고는 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국방부는 올해 초 광주 시민을 향한 헬기 사격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진실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역사를 왜곡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드는 전씨 행태는 참으로 가증스러울 뿐이다.

전씨는 더 늦기 전에 광주 영령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 재판에 성실히 임해 죗값을 치러야 한다. 그 길만이 광주 영령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달래는 길이다. 지금처럼 책임을 회피하고 진실을 감추려 든다면 역사의 단죄를 피할 길 없다는 걸 전씨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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