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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부가 오락가락하면 ‘집값’ 절대 못 잡는다

등록 2018-08-27 20:42수정 2018-08-27 22:52

서울 투기지역 추가 지정은 응급조치
보유세 강화할 공시가격 현실화 등
일관된 정책 통해 단호한 의지 보여야
서울 여의도 아파트 단지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 여의도 아파트 단지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 집값이 다시 급등세를 보이자 국토교통부가 27일 동대문·동작·종로·중구를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서울 25개구 중 투기지역이 15개구로 늘어났다. 투기지역으로 묶이면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을 받게 된다. 응급조치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8·2 부동산 대책’과 ‘10·24 가계부채 대책’ 등 강도 높은 투기 억제책을 잇따라 내놨다. 8·2 대책 중 하나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4월부터 시행되자 집값이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불안한 진정세였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보유세 개편안’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부동산 대책은 심리전 성격이 강하다. 정부의 집값 안정 의지가 의심받는 순간 투기세력이 고개를 들고 집값은 들썩인다.

정부가 지난달 6일 발표한 보유세 개편안은 시장의 예상보다 강도가 약했다. ‘종이호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1년 새 수억원씩 올랐는데 세금은 겨우 수십만~수백만원 늘어난다. 정부가 ‘조세 저항’을 무릅쓰면까지 집값을 잡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읽혔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이 기름을 부었다. 박 시장은 이전부터 추진한 계획으로 난개발을 막고 체계적인 개발을 하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개발이익 환수라는 안전장치가 빠진 대규모 개발계획 발표가 불러올 결과는 처음부터 불을 보듯 뻔했다. 여의도가 속한 영등포구와 용산구에서 촉발된 집값 급등세가 서울 전역으로 번졌다.

박 시장이 26일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보류를 발표하고 국토부가 투기지역을 추가 지정하면서 집값 급등세가 일단 진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저금리에 시중 부동자금마저 풍부한 상황이어서 안심할 수 없다.

일부에선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투기판으로 변질된 주택 시장 구조를 놔둔 채 공급을 확대하는 것은 투기세력에 좋은 일만 시켜주는 꼴이 된다. 국토연구원 통계를 보면, 서울의 ‘주택 보급률’(주택 수/가구 수)이 2006년 94.1%에서 2016년 96.1%로 높아졌다. 100%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자기 집을 보유하고 있는 비율인 ‘자가 보유율’은 같은 기간 51.4%에서 45.7%로 되레 떨어졌다. 늘어난 주택이 무주택 서민이 아닌 다주택자에게 돌아간 것이다. 서민 주거 안정은 양질의 공공주택 확대로 풀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말 ‘주거 복지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5년간 매년 20만호씩 공적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을 100만호 공급하기로 했다. 차질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실거래가의 60~70% 수준인 공시가격을 현실화해 보유세 개편을 보완해야 한다. 집값이 오를수록, 또 집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그에 비례해 보유세가 늘어나게 해야 한다. 보유세 강화는 투기를 차단하고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다. 공시가격 현실화로 집 부자뿐 아니라 서민·중산층의 재산세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보완책을 만들면 된다. 예를 들어 일정 가격 이하 1주택 보유자에 대해선 재산세 인상 상한선을 두는 등의 방식이다.

우리 사회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뿌리 깊이 자리잡고 있다. 집값 문제를 한방에 해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락가락해서는 안 된다. 집값 불안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한 정책 의지를 시장에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주택 시장을 투기판이 아닌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할 수 있다.

▶ 관련 기사 : 박원순 시장의 ‘덜컥수’, 부동산 시장의 ‘동상이몽’

▶ 관련 기사 : 정부 “서울 집값 잡겠다” 단기처방 내놨지만…시장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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