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재벌기업들로 경제력이 집중되는 정도가 계속 심해지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에서 여섯번째)이 지난 5월10일 오전 서울 남대문 대한상의 회관에서 삼성·현대차·에스케이·엘지 등 10대그룹과 정책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공정위
경제개혁연구소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까지 20년간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경제력 비중을 분석한 결과를 29일 내놓았다. 짐작대로 대기업 의존도가 높고, 상위 재벌 기업들로 쏠려 있는 정도가 심해졌음을 볼 수 있다.
상위 500대 기업의 매출은 2017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18.1%로, 전년 113.4%보다 높아졌다. 미국 500대 기업의 비중(62.7%)에 견줘 두배 수준이다. 대기업 중에서도 최상위 재벌로 몰린 정도가 커진 것 또한 짐작대로다. 500대 기업의 매출 중 5대 재벌 소속 계열사의 비중이 2007년 33.9%에서 2017년 39.3%로, 20대 재벌의 비중은 51.9%에서 59.7%로 높아졌다.
이런 연구가 아니어도 상위 재벌의 순위가 몇십년째 그대로인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경제력 집중의 고착화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구글·애플이 등장하고 페이스북이 치고 나오는 미국의 산업 생태계와는 많이 다르다. 일각에서 얘기하듯 이게 기업 규제 탓이라면 이전 두 정부에서 흐름이 달라졌어야 한다. 실상은 그렇지 않음을 2007년 이후 10년의 분석 결과가 보여준다. 강고한 재벌체제가 새로운 대기업의 출현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 합리적이다.
경제력 집중은 독과점으로 이어져 공정한 경쟁을 막고 소비자 이익을 갉아먹는다. 또 중견·중소 기업이나 새로운 벤처기업의 출현을 가로막아 산업 생태계를 질식시킨다. 이는 경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려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경제력 집중에 이르는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같은 부당 내부거래가 이뤄졌음에 비춰, 개선 필요성은 더 커진다. 글로벌 경쟁 과정에서 거대기업이 생겨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해도, 그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 경쟁 원리가 작동할 수 있도록 이끄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