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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세대출 보증 제한’ 소동, 정책의 치밀함이 필요한 때다

등록 2018-08-31 18:48수정 2018-08-31 19:05

금융위원회가 지난 29일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10월부터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 보증 자격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다주택자나 고소득자가 전세자금 보증 제도를 주택 투기에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자금 보증을 통해 대출을 받아 ‘갭 투자’를 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다.

금융위는 보증 대상 자격을 무주택자와 1주택자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부부 합산 연소득 7천만원 이하로 소득 기준도 정했다. 다만 신혼이거나 자녀가 있는 경우는 소득 기준을 완화했다. 신혼 맞벌이 부부는 8500만원, 1자녀 가구는 8천만원, 2자녀는 9천만원, 3자녀는 1억원 이하다. 그동안은 주택 보유 여부와 소득 수준에 제한이 없었다.

다주택자 제외는 당연한 조처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소득 기준에서 사달이 났다. 부부 합산 연소득이 7천만원을 갓 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나왔다. 특히 무주택자들의 반발이 컸다. 부부 합산 연소득 7천만원은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고소득에 속한다. 하지만 주택 시장에선 사정이 달라진다. 집값은 물론 전셋값도 많이 올라 이들 역시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면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기 힘들다. 케이비(KB)국민은행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9.5㎡(18평)가 2억5천만원, 79.33㎡(24평)가 3억3천만원이다. 금융위의 조처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은행들은 전세자금 대출 조건으로 주택금융공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요구한다.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이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서울보증보험도 보증 자격 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들 기관의 보증이 없으면 신용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금리가 높을 뿐 아니라 대출 금액도 줄어든다. 실수요자들로서는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금융위는 30일 일단 무주택자를 대상에서 제외했다. 무주택자는 소득 수준에 관계 없이 보증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1주택자의 소득 기준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부부 합산 연소득 7천만원 이하가 적정한지 다시 살펴보고 최종 방안을 정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 집값이 다시 급등하면서 지금 주택 시장은 비상 상황이다. 여기서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정부의 대책 하나하나가 정확하고 치밀해야 한다. 정책 취지와 방향이 옳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구체적인 대책이 정교하지 못 하면 시장 혼란과 국민 불신만 키운다. 이번 전세자금 보증 제한 소동이 단적인 예다. 정부가 정책 대응에서 긴장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기를 바란다.

▶ 관련 기사 : 정부 ‘전세대출 보증 제한’, 맞벌이들은 왜 강력 반발했나

▶ 관련 기사 : ‘전세대출 보증 제한’, 무주택자는 제외…금융위 한발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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