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대주택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2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 김현미 장관. <한겨레> 자료 사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금 감면이 과해 투기 수요를 늘린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1년도 안 돼 큰 정책을 바꾸는 것이라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내놓은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에서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을 깎아주도록 했다. 전월세시장 안정을 꾀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신 연간 임대료 인상률을 5% 안으로 묶고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했다. 올해 1~6월 등록 임대주택이 17만7천채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2천채)의 약 3배에 이르러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매매시장에선 다주택자의 집 수요를 늘리고 매물을 줄여 집값을 올리는 요인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현실을 반영한 정책 손질이 불가피하다 해도 잦은 변경은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여기에 구체적인 내용 없이 정책 수정 방침만 밝혔고, 이에 대한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불안감을 더한다. 임대등록 정책의 부작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토부 관계자는 “그렇게까지 (면밀하게) 파악한 것은 아니고 그런 현상, 사례들이 좀 있을 수 있다”고만 했다. 미덥지 못하게 들린다.
이미 부동산시장에선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많이 쌓여 있다. 믿음을 얻으려면 균형을 이룬 종합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부처 간 협업은 물론이고, 청와대와 정부·여당 간, 중앙-지방정부 간 손발을 맞춰야 한다. 하나의 정책이 제2, 제3의 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연쇄 고리를 고려하는 전략은 협업에서 나올 수 있다. 예컨대 집값 대책을 마련할 때 가계부채 문제를 아울러 고려하는 종합 전략 없이는 정책 기조의 일관성을 지켜내기 어렵다.
주택 정책은 보통사람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집은 의식주의 하나인 필수재이면서 동시에 거대 자산이기 때문이다. 집값이 조금만 움직여도 평범한 직장인의 1년치 소득이 생기거나 없어져 근로 의욕을 확 떨어뜨린다. 정부 정책이 신중함과 일관성을 갖춰야 하는 까닭이다. 이번 임대주택 등록제의 수정을 계기로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고 변화의 진폭을 줄여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월세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게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