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새대표가 3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바른미래당의 새 수장으로 손학규 대표가 2일 선출되면서 하반기 정국을 이끌 여야 4개 정당의 지도부 선출 절차가 마무리됐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 손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그들이다. 이른바 ‘올드보이’의 귀환으로 불리는 중량급 정치인들의 지도부 입성은 ‘정치 복원’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3일 개회한 정기국회에서 성숙한 리더십을 발휘해 의미 있는 협치를 해주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손 대표와 한 통화에서 “당 대표들이 다 바뀌었으니 한번 초청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달 16일 청와대 5당 원내대표 회동에 이어 조만간 문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동이 열릴 수 있어 보인다. 잘 조율해 협치를 본격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민생·경제에서만큼은 진정한 협치를 기대해본다. 국회가 초당적으로 판문점 선언을 뒷받침해주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대결과 반목으로 점철된 요즘 정치 현실에서 협치는 쉽지 않은 길이다.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부터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손 대표는 “협치는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건데, 여당과 대통령이 야당한테 뭐 주는 게 있느냐”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요구만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야당 탓만 할 때도, 거꾸로 우리가 대통령 탓만 할 때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당이 사사건건 대통령 탓을 하면서 반대만 해선 곤란하다는 취지다. 정부·여당과 야당 모두 한발씩 물러서는 게 필요하다. 물러서는 시늉만 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양보와 타협이 이뤄져야 협치가 가능하다.
이번 정기국회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민생·경제를 살리는 일이 급하다. 여야가 네 탓 공방만 할 때가 아니다. 모두가 지혜를 모으고 절충점을 찾아 위기에 빠진 민생을 보살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치권의 성숙한 접근도 필요하다. 판문점 선언 비준이 남북관계 발전에 긴요한 만큼, 정부·여당은 성심껏 접근하고 야당은 초당적으로 살펴야 한다. 선거제도 개편 등 정치개혁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모처럼 여야에 경륜 있는 지도부가 들어선 만큼 이번에야말로 정치가 국민 요구에 제대로 응답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