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는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통해 기득권 구조에 안주해 있는 금융산업을 혁신하고 소비자 편익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또 핀테크 등 연관 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가 은산분리 원칙의 기본 취지를 훼손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8일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히면서 “은산분리 대원칙은 확고히 지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주주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 방화벽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여야의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 협상을 보면 과연 은산분리 원칙을 지킬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은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관련 법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는 조급증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벌 사금고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 대표적인 예다. 민주당은 애초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 대상에 “총수가 있는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재벌)은 제외하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업 기업은 예외로 인정하자”는 입장이었다. 이에 자유한국당이 “대기업집단을 제외하는 것은 차별이며 이왕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려면 모든 산업자본에 허용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사실상 은산분리 폐지와 다를 게 없는 주장이다. 현재 민주당은 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재벌 참여 금지를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에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벌 참여 금지 같은 핵심 조항은 법률에 명시하는 게 옳다. 시행령은 법률과 달리 정부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훗날 상황 변화에 따라 재벌 참여의 길을 터주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한도를 두고도 민주당은 25~34%, 자유한국당은 50%를 주장한다. 지분을 50% 보유하게 되면 산업자본 단독으로 모든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또한 은산분리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여야는 3일 개회된 정기국회에서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있더라도 은산분리 원칙을 허무는 일이 없도록 제한된 범위 안에서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졸속 처리는 우리 경제에 되돌리기 힘든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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