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북 특사단이 5일 오전 서울공항을 통해 방북하며 공군 2호기 탑승 전 인사하고 있다. 성남/청와대사진기자단
방북 특사단이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밤늦게 귀환했다. 특사단이 김 위원장을 만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고 만남 자체가 방북 성패를 가름하는 기준이었던 만큼, 김 위원장과 특사단의 면담이 성사된 것 자체로 이번 방북은 최소한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특사단의 임무는 크게 두가지, 곧 이달 중 열기로 한 남북정상회담의 일정을 확정하는 것과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북-미 갈등을 중재하는 것이었다. 이 가운데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정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은 문제여서 남북 사이에 합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정세가 혼미스러운 지금 상황에서는 남북정상회담 날짜를 잡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협상의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사단의 또 다른 과제는 몇달째 공전하고 있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틀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특사단 방북을 앞두고 전화통화를 한 것은 이 문제가 미국에도 초미의 관심사였음을 보여준다. 특사단 앞에서 김 위원장이 북-미가 첨예하게 대치해온 ‘선 종전선언’과 ‘선 비핵화 조처’에서 타협점을 찾을 길을 제시했다면, 특사단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특사단이 김 위원장에게 남쪽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김 위원장으로부터 북쪽 의견을 소상히 들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제는 이 면담 결과를 놓고 미국을 설득하는 일이 남았다. 지난 3월의 1차 방북 때처럼 특사단이 곧바로 워싱턴으로 가 방북 성과를 설명하는 것도 방법이고, 이보다 먼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통화해 내용을 설명하는 방법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남북정상회담과 유엔총회로 이어지는 ‘9월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방북 결과를 알려달라’고 한 것으로 보아, 미국도 특사단 방북 결과에 따라 나름의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의 뜻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앞으로 나가서 타협하도록 이끄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는 북-미 협상의 촉진자로서 이번 방북 결과가 교착된 협상의 돌파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다음 과제에 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