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2018.9.5. /청와대제공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6일 특사단 방북 성과를 내놓았다. 우선 남북은 3차 남북정상회담의 일정과 의제를 확정했다. 특사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면담하고 비핵화의 확고한 의지와 함께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를 받아 온 것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김 위원장이 남쪽에 중재자 역할을 요청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미 양쪽을 대표하는 수석협상가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한 것을 보면, 우리 정부의 북-미 협상 촉진자 역할이 한층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협상 교착으로 늦춰진 ‘비핵화 시계’가 빨리 돌아갈 수 있을지 기대를 품게 된다.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날짜를 확정한 것은 특사단이 가져온 좋은 소식이다. 남북은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 동안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정상회담 의제에도 합의했다. 판문점 선언의 이행 성과 점검과 향후 추진 방향을 확인하고,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공동번영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다루기로 한 것은 북-미 관계 진전의 중대 계기로 정상회담을 활용하자는 데 남북이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늦춰졌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정상회담 개최 이전에 개소하기로 한 것도 성과다. 미국 입장을 고려해 개소 날짜에 여유를 둔 것으로 이해한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협의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안에 북-미 적대 역사를 청산하고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 가장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안이라면, 2020년 11월 미국 대선, 늦어도 2021년 1월까지를 말한다. 이렇게 시기까지 특정한 것은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밝힌 비핵화 의지를 한층 명확하게 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쟁점이 된 ‘종전선언’이 한-미 동맹이나 주한미군과 무관하다고 밝힌 대목도 주시할 내용이다. 종전선언의 의미를 ‘정치적 성격’으로 한정해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뜻이 담긴 발언으로 이해할 만하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한 것을 보면, 문 대통령에게 중재자 역할을 계속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북-미 양쪽을 대표하는 수석협상가가 돼달라’고 했다는 청와대의 설명이다. 북한은 북한대로 문 대통령에게 의지하고 미국도 문 대통령을 북-미 양쪽에 다리를 놓을 적임자로 인정했다는 뜻이다. 양쪽의 신뢰를 얻음으로써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이 그만큼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방북의 주요 성과 가운데 하나로 보아도 좋을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북 결과를 전해달라고 한 데 따라, 정의용 실장은 6일 저녁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제 공은 미국에 넘어간 형국이다. 김 위원장의 의지 표명에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화답해야 협상 교착 국면이 풀릴 수 있다. 당장은 연기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 3차 남북정상회담을 한반도 비핵화 진전의 중대 계기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미 특사단 방북에서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으니,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비핵화 방안이 나오도록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