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11시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열린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49재 추모행사에서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고 노회찬 의원의 49재인 9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각계 인사 18명은 고인을 기리기 위한 ‘노회찬 재단’(가칭) 설립을 제안했다. 이들은 “그의 모습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비통한 심정을 다잡고 그의 꿈과 삶을 대한민국 현실에서 이어가고자 한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노 의원이 세상을 뜬 지 반백일이 지났지만, 그의 필생의 꿈이었던 선거제도 개혁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국회는 당리당략에 발목이 잡혀 정치개혁특위조차 발족시키지 못했다.
노 의원은 생전에 “시민의 삶을 바꾸지 못하는 국회, 그것을 가로막는 선거제도만 바꿀 수 있다면 나는 평생 국회의원을 안 해도 된다. 국회에서 물구나무라도 서겠다”고 말했다. 노 의원이 별세한 지난 7월23일, 전날까지 미국을 함께 방문했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4당 원내대표들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위로하며 “정개특위 위원장을 정의당으로 하겠다는 합의는 꼭 지키겠다”고 말했다. 여야가 7월10일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에 합의하면서 정개특위 위원장을 심 의원이 맡도록 한 합의를 지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번복하고 정개특위 명단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노 의원의 죽음으로 교섭단체가 무너진 정의당을 정개특위에서 배제하자고 하는 건 공당답지 못한 태도다. 불가항력으로 교섭단체가 무너진 만큼 애초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4당 원내대표의 약속을 뒤집은 것으로, 정치 도의상 비난받아 마땅하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책임 있는 해명이 필요하다. 또 20대 전반기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엔 심 의원이 비교섭단체 몫으로 참여했다. 자유한국당은 정의당이 여당 편을 들 것인 만큼 여당 몫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억지에 가깝다. 집권당이 아닌 진보정당을 여당과 동일시할 순 없다. 자유한국당은 ‘정의당 배제’ 주장을 접어야 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노 의원의 죽음은 진보정치의 꿈을 실현하기에는 현실 정치의 벽이 너무 높다는 걸 절감케 했다. 노 의원의 꿈마저 현실에서 좌절하도록 해선 안 된다. 남은 이들이 힘을 모아 유지를 이어가야 한다. 정치권은 정개특위를 하루빨리 정상화해 선거제도 개편을 포함한 정치개혁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