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에서 사는 청년들이 지난 5월17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아- 청년들도 집에 살고 싶다’라고 적힌 커다란 펼침막을 펼쳐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정부가 이르면 이번주에 집값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종이호랑이’가 된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강화하고, 허술한 대출 규제를 촘촘히 하고,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을 강화하고, 수도권에 주택 공급 물량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반드시 투기 수요를 잡고 주택 공급이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강력하면서도 정교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그런데 집값 대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전월세 대책이다. 이 두가지를 분리해서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전월세 대책의 주된 목표가 세입자 보호이기는 하지만 집값 안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서울시가 지난 5월 발표한 ‘2017년 주거 실태 조사’를 보면, 지난해 기준 서울의 ‘자가 보유율’은 48.3%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이 내 집이 없다. 이들 중 상당수가 집값이 급등할 때마다 주택 구입에 뛰어든다. 당장 집을 살 계획이 없었던 사람들도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야 한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가수요가 붙으면서 집값을 더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또 집값 급등은 종국적으로 그 부담이 세입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집값 급등세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그다음엔 전월세 가격이 들썩이기 때문이다. 연쇄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많은 세입자들이 집값 급등을 보면서 전월세 가격이 따라 오르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만약 내 집이 없어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주거 공간이 제공된다면 무리하게 빚을 내가며 집을 사려는 사람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가수요가 상당 부분 사라진다는 얘기다. 적정한 임대료만 내면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공적 임대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거 복지 로드맵’에서 2022년까지 공공임대 65만가구와 공공지원 민간임대 20만가구 등 공적 임대주택 85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계획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 언제까지, 어떤 형태로, 얼마만큼 공적 임대주택을 공급할지 세부계획을 시급히 마련해 공표해야 한다. 그에 맞춰 세입자들이 주거 계획을 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내 집 마련에 모든 돈과 시간을 쏟아붓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을 세입자들에게 줄 수 있다. 물량뿐 아니라 품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중산층도 선호할 수 있는 양질의 주택이 공급되어야 한다.
민간임대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정부도 지난해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매매 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에게 악용되면서 매물을 줄이는 부작용을 낳았다. 임대주택 등록제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한편,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지금은 2년의 임대계약이 만료돼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세입자는 쫓겨날 수밖에 없다. 또 재계약을 할 때는 연 5%의 임대료 인상률 제한도 적용되지 않는다. 임대계약 기간이 끝나도 세입자가 원하면 의무적으로 계약을 한차례 더 연장하도록 하는 계약갱신 청구권과 재계약 때도 인상 폭을 연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된다면 그만큼 세입자가 불안에 떨지 않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다. 투자나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거주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집값 대책과 함께 강력한 전월세 대책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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